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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란전쟁이 추동하는 두 개의 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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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25. 17:43

정기종 전 카타르대사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전쟁이 단기 공방전을 거쳐 극적인 종전 합의로 끝날지 또는 군사전략상 기만전술로 대규모 전역(戰域)이 펼쳐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최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의도한 이란의 중추신경 조직을 타격해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내부혼란을 유도해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목적은 실패한 듯하다. 전략가들의 설명처럼 속전속결의 마비전(brain warfare and paralysis wafare)이 소모전(action warfare)으로 옮겨지는 양상처럼 보인다. 공격자가 두뇌(brain)를 사용하기보다 피(blood)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부재의 증거로 비판받을 수 있다. 어느 경우건 이란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 나타날 지역 내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력과 도덕성에서 미국의 세계지도국으로서의 위상 변화는 별도로 중동만을 본다면 아랍냉전의 고착화와 중동전쟁의 엔드 게임화 두 개의 가능성이다. 이스라엘 대 이란, 이란 대 아랍 그리고 아랍 대 아랍 세 개의 층위에서 전개되는 현상이다. 이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2025년 6월과 2026년 두 차례 전쟁에서 이란 지도부와 군사 핵시설 그리고 경제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 타격보다 더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안보전략상 유리한 이-팔 평화협상의 소거와 아랍의 분열이다. 그리고 이것은 중동평화과정이 재가동되지 않을 경우 그간 점증해 온 중동의 위기를 극단적 엔드 게임으로 추동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3년 '오슬로 협정 I'과 1995년 '오슬로 협정 II'에 서명하면서 '영토와 평화의 교환(Land for Peace)'이라는 평화 원칙에 합의해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협정의 주역인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1995년 11월 텔아비브에서 열린 중동평화회담 지지집회에서 연설 후 유대인 극우파 청년 이갈 아미르의 총에 암살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평화협상은 소거되고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중동은 불안정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와 서안지구로 나눠져 협상 주체를 알 수 없게 되었고 이러한 와중에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와 가자 점령과 같은 '기정사실화(fait accomli)'는 고착화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미국이 중재한 아브라함 협정에서 소외된 팔레스타인의 선제공격으로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전쟁은 내홍화했다. 중동평화과정의 기준이었던 '온전하고 포괄적 합의'는 회의 의제에서 벗어나고 팔레스타인 없는 아랍-이스라엘 평화협상으로 옮겨졌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은 이란 그리고 아랍 내 반서구 세력과의 연대로 외연을 확장해 오히려 중동문제가 가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전쟁의 종전 처리 과정에는 대미 대이스라엘 정책을 둘러싸고 아랍 22개국 간의 이견이 나타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전략가들은 냉전의 두 가지 전략목표로 적성국에 대한 '절단(amputation)'과 '자기 마비(self paralysis)'를 들었다. 우방국가 간에 불화를 만들고 대외교역과 재정약화를 유도하며 국내문제에 유해요인을 조성해 국가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분열'이라는 단어로 압축될 이러한 전략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중동학자 말컴 커(M. Kerr)는 미소 양대진영이 조성한 지구적 냉전은 중동냉전을 야기했고 다시 그 하부구조로 아랍국가 간의 냉전을 추동했다고 평가했다. 중동냉전은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냉전이며 아랍냉전은 아랍국가 간의 지도권 투쟁을 말한다. 1990년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아랍냉전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여기에 중동과 아랍의 냉전에는 종교적 특수성을 더해 시아파 이슬람의 주도국 이란의 역할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란전쟁은 3월 22일 이란 미사일의 이스라엘 디모나 핵시설 타격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했다. 이스라엘 일각에서도 '삼손의 선택(Samson Option)'으로 불리는 선제 핵 타격론이 다시 소환되었다. 이란과 아랍 강경세력의 군사력이 더 강력해지기 전에 기습공격으로 화근을 일거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전쟁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 "6일전쟁이 아닌 1일전쟁" 전략이다. 주요 전략연구기관 추정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핵폭탄과 중성자탄을 포함해 수백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1톤에서 50메가톤까지 다양한 핵탄두가 탑재되어 있고 제리코급으로 불리는 4800㎞ 장거리 미사일에 의해 운반된다. 2020년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 역시 이란의 핵무기 개발위협에 대해 세계는 결정적 입장(decisive stance)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2020년 8월 한국의 기술로 APR-1400 원자로 4기를 건설해 가동 중인 아랍에미리트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종국에는 중동에서의 핵무기 경쟁으로 발전할 것이다.

중동은 인간성의 시금석이라는 중동학자들의 말처럼 중동전쟁은 종교와 사상적 측면이 강하다. 세계화의 물결이 종교가 정치화한 중동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며 이것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현상 역시 유사하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안수기도하는 목회자들의 모습과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고 언론에 등장했고 주요인사들의 구렛나루 수염을 기른 모습도 낯설지 않다. 팔레스타인 출신 옥스퍼드 대학교수 사이드(E.W. Said)가 '문화제국주의'에서 서구학자들과 충돌한 '문화전쟁'으로 볼 수도 있다. 중동의 문명관과 세계관을 군사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자칫 국제정치를 종말론적 대결 상황으로 추동할 수도 있다. 따라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중재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점진적 변화를 이뤄 나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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