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26일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국화 국가석유비축기지에서 국가 비축 석유 방출을 시작했다. 이번에 내놓는 물량은 국내 소비 30일분에 해당하는 약 850만㎘로, 전국 11개 기지에서 4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된다. 국화 기지에서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접한 태양석유 사업소로 원유를 보내 휘발유와 경유 등으로 정제한 뒤 국내에 유통한다. 27일 이후 기타큐슈 시라시마 기지 등에서도 유조선 등을 이용한 반출 작업이 잇따라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 비축 분을 일본 석유 원매 4개사인 ENEOS, 이데미쓰코산, 코스모석유, 태양석유에 일괄 매각한다. 자원에너지청 장관과 4개사 간 수의계약은 지난 19일 체결됐고, 매각 총액은 약 5천400억엔이다. 방출된 원유는 각사 정유소에서 석유제품으로 가공돼 국내 시장에 공급되며, 정부는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 완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이번 국가 비축 방출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사례다.
정부는 국가 비축에 앞서 16일부터 민간 비축분 방출을 이미 개시했다. 민간 비축은 국내 소비 15일분, 약 2천700만 배럴 규모다. 이번 국가 비축과 합치면 최대 45일분, 약 8천만 배럴 상당이 시장에 풀리게 된다. 이와 별도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 석유회사가 일본 내 탱크에 보관 중인 '산유국 공동 비축'도 처음으로 방출할 방침이다. 산유국 공동 비축은 3월 중 5일분 공급을 받을 예정으로, 민간·국가·공동 비축을 모두 합친 일본의 전체 비축량은 238~254일분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란이 호르무즈(포름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유조선 운항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2월 말 시작된 이후 중동발 원유 수송이 크게 줄어, 일본 내에서는 휘발유·경유뿐 아니라 나프타 등 석유제품 전반의 조달난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비축 방출과 병행해 예산 예비비를 통해 휘발유 보조금 등 가격 억제 대책도 확대, 봉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비축 방출이 국제에너지기구(IEA) 차원의 공동 방출 조치보다 앞서 '단독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독자적 대응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국회에서 "포름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 일본 경제의 기초"라며, 비축 활용을 "필요할 때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45일분 방출과 보조금, 수요 관리 조치를 병행해 올해 여름까지는 심각한 공급 부족이 막힐 수 있을 것이라 보지만, 호르무즈 통행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원유 가격과 보험료 부담이 장기간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