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와 박덕흠 의원이 대화하는 모습.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 작업이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전격 사퇴하고, 그 자리에 4선 중진 박덕흠 의원이 긴급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파장과 새 위원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정현 전 위원장은 '기득권 타파'와 '세대교체'를 내세우며 강도 높은 공천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한 기준보다는 자의성이 두드러지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가장 큰 논란은 충북지사와 대구시장 공천이었다. 충북에서는 현직 김영환 지사를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김수민 전 의원을 추가 공모 형식으로 투입하려다 '밀실 야합'이라는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법원이 김 지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공관위의 결정에 급제동을 걸었다. 대구 역시 여론조사 1위로 평가받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을 "더 큰 역할을 맡긴다"는 애매한 말로 배제하려다 당사자들의 강력한 법적 대응과 지역 민심의 이반을 초래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결과로 평가받겠다"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법원의 결정과 당내 혼란이 가중되자 결국 임명 48일 만에 직을 내려놨다. '혁신'이라는 명분은 좋았으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놓치면서 당을 사법 리스크와 내분이라는 늪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오죽했으면 당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어 대결 상대를 이롭게 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겠는가.
이제 바통을 이어받은 박덕흠 신임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박 위원장은 당내 신망이 두터운 중진으로서, 흐트러진 대열을 정비하고 실추된 공천 신뢰도를 회복해야 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박 위원장은 무엇보다 공천의 명확한 대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승리하는 공천'과 '패자까지 수긍하는 공천'이 아마도 가장 순리일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과정도 투명해야 본선에서 단합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법적 논란에 휘말리는 순간 국민의힘은 자멸할 것이다.
특히 가처분 결정 등으로 혼란에 빠진 충북과 대구 지역을 신속히 수습해야 한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당의 기강을 세우고, 탈락한 후보들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경선 룰을 다시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공천은 단순히 후보를 가려내는 작업이 아니라, 지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과정이다. 박 위원장이 '관리형' 리더십을 발휘해 경선 이후에도 모두가 '원팀'으로 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이번 공천의 성패에 당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박 위원장이 이 어려운 임무를 잘 완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