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최고인민회의에 비친 김정은의 복잡한 속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0201000069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4. 02. 18:15

2026030301000096000005611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전 고려대 교수)
지난달 22일 평양에서 제15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가 열렸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국회와 유사한 형태다. 하지만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및 법률의 제·개정, 주요 국가기구의 선출 및 임면, 대내외 정책 심의 및 비준, 예·결산 승인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최고 주권 기관'이자 '최고 입법기관'의 위상을 가진 기관이다.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무위원장 재추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재구성, 2025년 예산 결산 및 2026년 예산 확정 등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도 지난 9차 당대회 결정 사항을 추인하는 통과의례의 회의였다. 즉 최고인민회의는 민의를 결집하는 공간이 아니라 당의 노선을 전달하고 관철하는 '정치적 집행자'의 공간에 불과했다.

우리가 북한의 각종 행사, 성명 등에 주목하는 까닭은 행간에 숨은 저의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번 1차 회의의 관점 포인트는 대의원 70% 교체와 김정은의 시정연설이다. 우선 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 매우 큰 폭의 인적 쇄신과 김정은의 최측근인 조용원이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상임위원장 겸임을 단행했는데 이는 북한 정권에 새로운 분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즉 입법 기구에 대한 당의 장악력을 더욱 높여 김정은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할 기반을 구축했다.

김정은 1인 체제 강화가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핍박하게 몰아간다는 점이 큰 문제다. 물론 9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이번 회의를 통해 법제화하고,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해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난다는 구상도 밝혔다. 북한이 여러 차례 5개년 발전계획을 추진했음에도 빈곤과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은 착취적 체제(extractive system) 때문이다. 착취적 체제는 소수 특권집권층이 자원을 독점함으로써 경제적 성과는 특권층이 착취하는 구조다. 이번 회의에서 착취적 제도를 벗어나려는 징후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체제에서 발전계획은 '계획'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 성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대표적 착취 사례가 최근 러시아 파병과 무기 수출로 거둔 약 144억 달러(21조 원)의 막대한 외화 수입이 김정은의 통치 자금으로 전용된 것이다. 김정은 금고로 직행한 착취의 흔적이 장마당의 대미환율 폭등[8800원(2024년 8월) → 5만1300원(2026년 3월)]이며, 1인 지배의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실패가 예견된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이 정책은 중앙의 자원을 투입해 매년 20개 군에 공장을 짓는 국가균형발전 카드다. 투자재원이 부족하고, 재원을 분산시키는 균형발전은 단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개방 이후 중국의 점-선-면의 불균형발전 전략으로 이룩한 경제적 성취가 그 증좌이다. 이는 북한의 경제발전도 균형발전 전략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이 전략 수정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이 북한의 앞날을 암울케 전망하게 한다.

이번 15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은 시정연설의 특징은 '체제 결속'과 '대외 강경 노선'의 노골화다. 우선 김정은의 '체제 결속'을 위한 카드는 '경찰제도' 도입이다. 김정은은 경찰제도 도입의 정당성을 단순한 치안 유지를 넘어 체제 수호의 보검으로 간주해 내부 통제를 더 강화한다는 저의다. 즉 '법 집행의 정당성'으로 포장해 한류, 경제위기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차단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이번 시정연설에서 "힘을 통한 안전보장, 힘을 통한 평화 수호"로 대남·대외 강경노선을 견지했다.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는 서방(특히 미국 공화당)의 안보 전략 용어로 윤석열 전 대통령도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김정은 발언의 진의는 '핵을 앞세운 평화'를 염두에 둔 공세적 억제력이라는 점이다. 공세적 억제력은 단순히 방어해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에는 선제적으로 '힘(=핵무력)'을 사용해 '북한식 평화를 강제하겠다'는 저의가 숨겨져 있다. 여기서 '평화를 강제한다'는 의미는 전쟁이 없는 상태의 평화가 아니라 핵무력을 앞세워 계급해방투쟁을 완료하겠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앞세워 한국을 가장 적대적 국가로 공식 규정하고 같은 민족,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 진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바로 북한 주도의 통일 여건이 조성된다면 핵이라는 힘을 앞세워 적화·흡수 통일을 강행하겠다는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의 정당성'과 '힘에 의한 평화'는 김정은이 직면한 대내외의 위기감을 반영한 상호 연결된 개념으로 분석된다. 즉 정당한 경찰력을 통해 민심 이반과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뿌리 뽑고자 하는 내부 결속의 의미가 있다면 '힘에 의한 평화'는 외부 압력이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김정은이 '힘을 통한 안전보장과 평화'를 내세운 이면에는 외부 압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 '두려움과 공포'는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구금, 이란 수뇌부의 암살과 같은 끔찍한 사태(?)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체제에 내포된 근본악의 속성을 자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록 김정은이 남북은 다른 민족으로 간주하지만, 우리는 통일을 대비해야 할 같은 민족이다. 따라서 우리 책무는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체제의 반민족적 행태, 체제의 불법성과 억압성을 알려주는 일일 것이다. 그래야 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행동할 기반을 만들고 자유 통일의 길을 다질 수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전 고려대 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