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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성의 상징, 대학 총장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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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09. 06:00

양영유
양영유 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고등교육 대전환 시기에 대학 총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글로벌 인재 양성 경쟁이 격화하고 인공지능(AI)의 진화는 대학에 교육·연구·행정 시스템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그 대전환을 이끌 리더는 총장이다. 총장이 어떤 비전과 실행력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캠퍼스의 미래가 달라진다. 국내 대학은 생태계가 양분된다. 수도권보다는 지역 대학이 더 힘들다. 학생 수 급감, 재정난, 지역 불균형이 겹쳤다. 교육부는 지역 대학에 재정을 투입해 구휼(救恤)하겠단다. 여기에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더해졌다. 거점 국립대만 아랫목을 즐긴다.

'스타' 실종은 관치의 자화상
상대적 박탈감에 일반 대학 총장들은 초조하다. 자존심을 뒤로하고 교육부 '재정지원' 잣대에 장단을 맞춘다. 난관을 뚫고 나갈 뚝심과 열정을 발휘할 겨를이 없다. 전국 대학 중 스타 총장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총장들은 정부 규제와 학내 구조 탓을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교육부 규제와 학교 법인이 총장 리더십 위축 원인의 '만능 방패'는 아니다. 교내 인사권을 즐기고, 욕 안 먹으려 인기 행정하고, 정치권을 기웃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물론 쉼 없이 노력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사실 총장은 캠퍼스의 최고 지성이자 리더다. 스티브 잡스가 "늘 갈망하고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 앞에서 이끌라(Lead from the front)"라며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듯 총장은 늘 갈망해야 한다. 총장이 배부르면 갈망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기 마련이다. 그런 대학은 미래가 없다. 총장은 우직하게 먼저 뛰어내리고 맨 나중에 먹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이 하나가 돼 난관을 헤쳐갈 수 있다.

찰스 핸디는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Flea)'에서 "코끼리는 자기 발목만큼도 점프 못 하지만, 벼룩은 제 키의 마흔 배 이상 점프할 수 있다"고 했다. 총장이 권위만 앞세우는 대학은 점프는커녕 발목이 부러질 수도 있다. 교육부 사랑을 듬뿍 받는 거점 국립대가 딱 그런 형국이다. 경쟁력 평가도 없이 세금을 몰아준다. 안경과학과나 치위생학과와 같은 전문대 전공을 카피하고, 대학 통합을 명분으로 입학 정원만 불리는 데도 말이다.

할 말 하는 용기 있는 현자 절실
총장이 자신을 내려놓는 대학은 구성원의 의견이 지혜가 되고, 그 지혜가 힘이 돼 퀀텀 점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대전환(AX) 시대의 총장은 변혁적 리더십, 프론티어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기업가적 리더십을 갖춘 '멀티형'이어야 한다. 그런 자질과 덕망이 없다면 총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16년간 총장을 지낸 존 헤네시가 쓴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는 총장이 임기를 마치면 '과연 이 사람은 대학을 위해 뭘 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며 화두를 던진다. 헤네시는 리더의 자질로 겸손·진정성·봉사·공감·협업·혁신·탐구심·스토리텔링·전통을 강조한다. 아홉 개 덕목을 한국판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총장은 독불장군이나 군림하는 사람이 아닌 헌신하고 협력하는 덕장이어야 한다. 변화를 활용하고 즐기며 끊임없이 지성을 추구하고 비전을 스토리로 엮는 지장이자 개척자여야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제 치적으로 돌리지 말고 후임에 넘겨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덕목이다.

2026년 봄, 대학 총장은 어떤 인물로 기억되려는가. 여러 대학 총장실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분위기가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카데미즘과 지성이 넘실거리는 외국 대학 총장실과는 많이 달랐다. "대학에 총장 아닌 사람은 부총장 빼고 한 명도 없다"라는 '농(弄)'이 있다지만, 다 하기 나름이다. '재정은 쥐꼬리, 간섭은 호랑이'인 교육 당국에 할 말 하는 현자(賢者)가 간절하다. 총장은 돈의 노예가 아닌 지성의 상징 아닌가.

양영유 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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