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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한 달, 1000건 넘은 교섭요구…노동부 “단계적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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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4. 10. 14:54

원청 372곳에 하청노조 1011개 교섭 요구
공고 33곳 그쳐…한동대서 첫 원·하청 교섭 상견례
사용자성 판단·교섭단위 분리 본격화…노사는 해석 엇갈려
구호 외치는 민주노총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동안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1000건을 넘어섰다. 다만 실제 교섭 테이블이 열린 곳은 아직 많지 않았다. 현장에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단위 분리 같은 절차를 먼저 밟는 초기 국면에 머물러 있다. 고용노동부는 제도가 단계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재계는 교섭 부담 확대를, 노동계는 원청의 공고 지연을 각각 문제로 보고 있다.

10일 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지난 9일까지 모두 372개 원청 사업장(기관)을 상대로 1011개 하청 노조·지부·지회가 교섭을 요구했다. 소속 조합원은 14만5860명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216개 원청을 상대로 616개 하청노조가, 공공 부문에서는 156개 원청을 상대로 395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원청 기준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 356개 사업장, 한국노총 344개 사업장, 미가맹 52개 사업장으로 집계됐다.

교섭 요구는 시행 첫날 221개 원청을 대상으로 집중된 뒤 빠르게 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가세는 둔화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체 노조 조합원 약 277만명과 비교하면 이번에 원청 교섭을 요구한 인원은 약 5% 수준"이라며 "법 시행 전 제기됐던 '폭증' 우려와는 다른 흐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섭 요구가 곧바로 실제 교섭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절차에 들어간 원청은 33곳으로 전체의 8.9%에 그쳤고, 교섭 요구 노조 확정공고까지 마친 곳은 19곳이었다. 실제 원·하청 교섭이 시작된 사례로는 한동대학교가 유일하다. 한동대는 지난 9일 하청노조와 상견례를 열고 교섭 절차에 들어갔다.

교섭이 더디게 진행되는 배경으로는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단위 분리 절차가 꼽힌다.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아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미공고 시정신청은 총 170건이었다. 이 가운데 110건은 취하됐고 54건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판단이 나온 6건은 모두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이었다. 노동부는 법 시행 초기에 축적된 판단 사례가 많지 않아 사용자들도 노동위원회 판단을 먼저 받아보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빠르게 늘고 있다. 노동위원회에는 관련 신청 117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3건이 인용되고 6건이 기각됐다. 한국전력공사 배전사업과 하나은행·국민은행 콜센터는 직무별 분리 사례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동희오토는 상급단체별 분리 사례로 거론된다. 반면 SK에너지, 에쓰오일, 고려아연, 쿠팡CLS 등은 분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기각됐다. 노동부는 이를 근거로 교섭단위가 무한정 쪼개지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섭단위 분리와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싸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노동부는 현재 상황을 새 교섭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본다. 실제 사용자성이 인정된 일부 공공기관은 노동위원회 결정 뒤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반면 재계는 복수 노조와의 개별 교섭 부담이 커지고 경영 판단에까지 교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처럼 복수 교섭단위가 인정된 사례를 두고도 해석은 갈린다. 노동부는 노조 수만큼 교섭창구가 무한정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노동계 안에서도 일단 선례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시정신청과 교섭단위 분리 신청 취하가 많은 데는 근거 보강, 교섭 의제 재검토, 불리한 선례 방지 등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노동위원회 사건 접수 287건 가운데 취하 건수가 적지 않았고, 판단지원위원회에도 94건의 질의가 접수돼 현장의 법리 해석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조법은 원·하청 간 대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대화촉진법"이라며 "교섭요구 및 교섭단위 분리 등 법적 절차는 노사간 대화의 틀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으로 안정적 대화의 틀을 통해 원·하청 상생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도 법의 취지가 보다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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