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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주택시장 ‘진정한 공급(Provison)’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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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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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논설위원
주택가격도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의 수요(사자)와 공급(팔자)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게 자명하다. 정부가 다음 달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단기적인 공급(Supply)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일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나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고가주택이 밀집된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매매가가 최근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 데는 양도세 중과유예 중단조치의 영향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정부가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 시장에서 '약발'을 발휘하는 것 같아 반갑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한 달 앞두고 지난 9일 보완조치를 내놓은 것도 일견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매매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그날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은 다주택자의 마지막 매물 출회까지 유도하겠다는 소위 '영끌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다음 달 9일 이후부터다. 양도세 중과 카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집값 안정효과를 지속적으로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감면 혜택이 사라지고 나면 다주택자들이 급하게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대신 길게 보고 자식들에게 증여 또는 상속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이른바 '매물 잠김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3월 9일 7만4510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같은 달 25일에는 7만9533건으로 6.7% 증가했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이달 9일에는 7만6631건으로 오히려 3.7% 감소했다. 강남권 등에서 3월 중순까지 최고가 대비 10~15% 낮은 다주택자 급매물들이 상당수 팔려 나가면서 다소 일찍 소강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매물이 줄면서 강남과 용산구 등 일부 고가주택 매물은 오히려 다시 호가가 오르는 추세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다음 달로 갈수록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이 중요하다는 주장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집값이 긴 안목에서 진정으로 안정되려면 일시적인 매물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재고(Stock)가 늘어나야 한다. 국민이 살고 싶은 곳에 살만한 주택의 신축을 늘리는 것이 진정한 '공급(Provision)'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9%에 달했지만, 서울은 여전히 93.9%에 불과하다. 인구가 줄고 있는 경북(114.4%), 전남(113%), 충남(112.4%) 등은 집이 남아돌지만, 1인 가구 등이 급증한 탓에 서울은 여전히 살 집이 많이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주택수를 놓고 봐도 경북(521호), 전남(507.9호) 등에 비해 서울(418.6호), 인천(410.5호), 경기(399.3호) 등 수도권이 턱없이 적다. 지방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주거 복지와 삶의 질을 고려할 때 수도권 주택 신축이 더 긴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주택 신축은 누가 담당해야 할까. 공공비중이 20~30%에 달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이 주로 이 역할을 담당해 왔다. 지난 20년간 서울주택 신규 공급 물량 중 민간 비중이 88.1%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 비중 11.9%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마저 LH 등 중앙정부가 주도한 물량은 2.2%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9·7대책, 올해 1·29대책 등 공급 확대 대책을 발표하면서 상당 부분 LH에 사업 시행을 맡기는 등 공공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문재인 정부 때 공공주도로 서울주택 3만3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실제 추진된 건 겨우 2200호"라며 "참담한 실패작을 이재명 정부가 또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청년·신혼부부 주택 등 저렴한 공공주택은 LH나 SH가 공급해야겠지만, 일반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은 민간이 공급하도록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민간은 이윤이 남아야 사업을 한다. 정부는 민간에 적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하면서 토지이용, 인허가 절차, 자금 조달 등 공급 프로세스상의 전 과정에 걸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가 없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손질이 필요한 대목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다. 서울아파트 입주(임대 제외) 물량 중 정비사업 비중이 지난해 91%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재건축 가능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채운 서울 구축 아파트가 3분의 1을 넘어섰다. 하지만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층수·용적률 규제 등으로 인해 사업 진척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이나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된 것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LH의 신축주택 매입임대 사업도 좀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신축 도심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LH가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로 비(非)아파트 공급의 유효한 수단이다. 하지만 LH가 매입가를 지나치게 낮게 후려치는 바람에 민간 건설사들의 참여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정부가 더 시장친화적인 공급 정책을 펼쳐 진정한 주택시장 안정을 이뤄내길 바란다.

설진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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