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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시대, 스마트 안경에 뚫린 대학가 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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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14. 17:05

AI 부정행위 확산, 대학 평가의 공정성 위기
결과 아닌 과정 중심, 교육 체질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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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최근 대학가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전례 없는 진통을 겪고 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이나 녹음기 사용을 금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 시절이 마치 구석기 시대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평가의 공정성이다. 최근 외신과 국내 보도에 따르면,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지능형 부정행위가 등장하면서 감독관의 눈만으로 이를 적발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 글래스는 외형상 일반 안경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으며, 음성 입력과 실시간 정보 전달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100명 이상의 대규모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착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시험 도중 가방 속 스마트 기기를 꺼내 사용하거나, 안경에 내장된 오픈형 스피커를 통해 은밀히 정보를 전달받는 경우를 교수 개인이 적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해외 연구에서는 스마트 안경을 챗GPT와 연동해 시험을 치르게 한 결과, 착용자의 평균 점수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일부는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이 평가 체계 자체를 상당부분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경제학에서는 개인이 기대 이익과 적발 위험을 비교해 행동을 결정한다고 본다. 그런데 AI와 스마트 기기의 결합은 이러한 인센티브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부정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적 향상이라는 기대 이익은 크게 증가한 반면, 적발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걸릴 확률은 낮고, 얻는 이익은 크다'는 조건이 형성되면, 부정행위의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제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미 여러 조사에서 대학생의 상당수가 생성형 AI를 과제 작성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가 자신의 사고 결과인지, AI가 생성한 것인지 구분하는 일은 사실상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가려내기 위해 'AI 판별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지만, 그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은 높은 오탐률(false positive)을 보이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AI 등장 이전에 작성된 논문조차 상당수가 'AI 작성'으로 판정되는 사례가 있었다. 존재하지도 않던 기술이 작성했다는 판정은 도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 결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생과 심증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교수 사이의 불신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묘한 현상도 나타난다. AI 판별기를 회피하기 위해, AI가 작성한 글에 일부러 오류와 비문을 섞어 문장 수준을 낮추는 '휴머나이즈(Humanize)'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AI 흔적 제거"를 광고하기도 한다. 글쓰기를 통해 사고력을 기르려는 교육의 본래 취지는 희미해지고, 어느새 기계와 기계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기술적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대학 교육체계의 변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기존의 지식 전달 중심 강의와 리포트 중심 평가 방식만으로는 AI 시대의 교육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는 그러한 방식이 무의미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학생의 학업 성취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해외 주요 대학들은 구술 시험, 현장 기반 평가, 과정 중심 평가 등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강의와 평가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토론과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답을 찾는 '현장 학습'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학생이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전 과정을 교수와 함께하며 평가하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요구된다. 즉,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평가하는 교육으로의 이동이다.

물론 지식 전달형 수업 역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 교육에 익숙한 필자의 경우에도 토론 중심 수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토론과 문제 해결 이전에 충분한 기초 학습이 필요하며, 그 학습은 여전히 체계적인 강의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엄격한 상대평가 체계 아래에서는 교수와 학생 모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평가가 신뢰를 잃는 순간, 교육의 기반도 흔들린다. 결국 평가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고, 학생의 자발적 학습 동기를 일정 부분 신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교육 격차의 심화다. AI는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는 날개를 달아주는 '자전거'가 되지만, 학습을 회피하려는 학생에게는 사고 능력을 약화시키는 '휠체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생성형 AI의 효과는 사용 방식에 따라 생산성을 크게 높이기도, 사고 과정을 대체하기도 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AI 시대 교육의 성패는 결국 학생의 자발적 학습 동기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교육자의 역할은 지식 전달이나 평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데 있다.

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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