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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이란전쟁 장기화 시 아시아·태평양 800만 명 빈곤층 전락”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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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4. 15. 08:45

UNDP 보고서, "비료 부족으로 식량 위기 연쇄 우려" 경고
파키스탄 식품 물가 5%↑, 미얀마 식품 인플레 35%까지 전망
걸프 송금 감소로 인도·필리핀·네팔 등 가계소득 직격
IRAQ-IRAN-ISRAEL-US-WAR-ECONOMY <YONHAP NO-6526> (AFP)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동부 사드르시티의 자밀라 식품시장에서 한 노동자가 트럭에서 물품을 하역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이라크 유일의 심해항인 움카스르항으로 선박 입항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해상 물류가 차단되면서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란전쟁이 장기화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800만 명 이상이 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역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2990억 달러(약 44조7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지속될 경우 일자리 감소, 극심한 인플레이션, 식량 불안정이 아태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칸니 위그나라자 유엔 사무차장 겸 UNDP 아태 지역국장은 "이 전쟁이 아태 지역에 미치는 압박은 이미 눈에 보인다"며 "정책이 조정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가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휴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의 장기적 변동성이 물가 안정, 취약 계층 지원, 필수 공공서비스 유지 사이에서 갈수록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특히 우려한 것은 비료 위기의 연쇄 효과다. 중동산 요소(尿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아시아의 곡물 공급이 위협받고,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도미노가 시작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수억 명이 생계를 의존하는 몬순 작기가 6월에 시작되는데, 비료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수확 부진의 충격이 몇 달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식품 물가 타격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UNDP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분쟁이 지속될 경우 식품 물가가 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는 이미 약 25%인 식품 인플레이션이 35%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주식(主食) 이외의 영양 섭취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사모아·파푸아뉴기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태평양 도서국도 기본 생필품 가격이 급등할 위험에 놓여 있다.

보고서는 유가·비료 위기에 더해 걸프 지역 송금 감소라는 세 번째 충격을 지적했다. 걸프 산유국들의 건설·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수천만 명의 남아시아 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내는 송금이 줄어들면,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네팔·필리핀의 가계소득과 구매력이 직접 타격을 받는다.

UNDP는 이런 위험들이 "수입 식량·연료·비료·농업 투입재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에서 특히 심각하다"며 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를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았다. 이들 국가 가운데 방글라데시·파키스탄·스리랑카는 전쟁 이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의존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같은 날 워싱턴에서 IMF·세계은행·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들이 이란전쟁의 경제·에너지 시장 피해를 점검하기 위해 회동한 가운데 발표됐다. 브렌트유가 수 주째 배럴당 100달러(14만 7350 원)를 웃돌있는데, 산유국에서 멀리 떨어진 아시아 수입국들은 중간 유통 비용까지 얹어져 더 높은 가격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위그나라자 국장은 "이것은 일상적 경제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불안정한 세계에서 인간 개발과 안보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 각국이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느냐의 시험"이라며 수입 의존형 경제들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교역 관계의 회복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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