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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최근 내세우는 국가 비전은 분명하다. 더 긴 사거리의 미사일, 더 쉬워진 살상무기 수출, 더 강한 억지력, 더 선명한 '강한 일본'이다. 더구나 이런 노선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오늘 일본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은 방위산업 전시장도, 다카이치 총리의 안보 연설장도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료 현장이다. 일본 정치인들은 '강한 국가'를 말하지만, 응급 현장은 정비사 한 명이 없어 멈추고 있다. 이보다 더 뼈아픈 역설이 있을까.
이번 닥터헬기 사태는 기체가 없어서도, 예산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운항 기준상 정비사의 동승이 필요한데,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아사히가 함께 전한 돗토리현 사례는 이 문제의 본질을 보여준다. 헬기라면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던 응급환자에게, 그날은 닥터카가 산길을 돌아 40분 걸려 갔다. 환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병원 측은 원래라면 닥터헬기가 떠야 했던 사례라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마지막 몇 분이, 일본에서는 이제 숙련 인력 부족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의료현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방위성도 자위대의 자위관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식 인정하고 있다. 2025년판 방위백서는 자위대가 인구감소 속에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충원과 처우 개선이 중대한 과제라고 적시했다. 미사일은 예산으로 살 수 있다. 드론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고 굴리는 사람, 유사시에 시스템을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일본의 진짜 문제점이 드러난다. 장비가 아니라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체하기 어려운 숙련 현장 인력이다. 닥터헬기를 띄우는 정비사, 자위대를 떠받치는 운용 인력, 사회 인프라를 유지하는 기술 인력이 비기 시작하면 국가는 겉만 강해질 뿐이다. 바깥으로는 강한 일본을 외치지만, 안으로는 국가를 작동시키는 마지막 톱니가 빠져나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치는 최근 외국인 통제를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 소멸, 의료·돌봄·운수·방위 현장의 인력난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사람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일본사회가 사람을 들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작용이 싫다고 문턱을 더 높이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일본의 가장 깊은 모순이다.
국가는 바깥으로 강해질 수 있다. 더 많은 무기를 갖고 더 멀리 타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으로부터 비어가는 국가는 결코 강한 국가가 아니다. 정비사 한 명이 없어 닥터헬기가 멈추고, 생명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나라라면 더더욱 그렇다. 미사일은 늘리면서 닥터헬기는 못 띄우는 일본. 일본의 진짜 위기는 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과 기술이 바닥나고 있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