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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격변기마다 중심을 차지했던 부동산 문제는 정부수립과 더불어 일본인 지주와 직접 경작하지 않는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해 수백만 명의 소작농에게 나눠주는 재분배 개혁을 단행, 여타 국가들의 모범이 되었으며 국가 발전 동력의 원천이었다. 1945년 자작 농지의 비율이 35%에 불과했으나 1951년 말 90%까지 상승한 통계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 준다. 또 이는 소작농이 사회적 주체로 떠오른 가운데 생산성을 끌어올려 농업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고 교육투자로 문맹 퇴치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인적자원 강화는 한국경제 발전의 근간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농촌 중심 경제에서 도시 중심의 사회로 급진전하면서 토지와 주택 소유를 둘러싼 정치와 경제 환경이 달라졌고 이 과정에서 과점(寡占)이라는 위험의 고개를 맞이했다. 이는 재차 가진 자들 중심의 투기 열풍을 불러일으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부동산 덫에 깊숙이 걸리게 된 것이다. 건축물 토지의 가치가 민간 부문 비금융 자산에서 대략 43%를 차지하고 전체 토지 가치가 GDP의 189%(2000년 92%)로 급증하고 있는 현실은 부동산 문제를 국가 재난급으로 대처해야 함을 의미한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지역 간 극단적인 주택 가격 격차 및 도시권의 주거비용 급상승을 초래, 극심한 지역 불균형과 세계 최저의 저출산율을 낳는 등 국가 백년대계의 뿌리를 흔들 정도다. 부동산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 부채의 경우 GDP 대비 무려 89% 수준에 달해 영국 76%, 미국 68%, 일본의 64%를 크게 웃돌고 있는 점 등은 부동산으로 인해 국가 신인도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태우 정부 이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을 거치면서 세제를 비롯해 금리, 대출 규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굵직굵직한 종합대책으로 발표, 가격과 시장 안정을 시도했으나 국민적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민감성과 전후방 산업의 연계성을 우선 참작된 데 이어 기득권 세력에 밀려 획기적 개혁보다는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공급 대책으로 해소하는 데 그친 게 사실이며 그럴수록 국민적 투기 의식은 더욱 만연되어 간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본격적인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는 주택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두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주택을 당장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요와 가격 상승의 압박 일환으로 대출의 목을 우선 죄는 것은 지극히 당위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 금융권의 수십조 원대의 폭리적 수익 발생이 가계대출 등 손쉬운 소매 금융에 집중된 점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과다한 연결고리를 철저히 재검토해 봐야 한다는 점에서 대출 규제는 설득력을 지닌다.
이는 또 금융과 부동산의 밀접하고 강력한 관계가 자칫 위험한 관계로 발전된다는 예비 경고 차원에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과거의 일본 부동산처럼 재앙스러운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나 자칫 국가적 대혼란으로 이어질 공산이 없지 않다는 차원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선제 대응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시한폭탄을 해체하다 자칫 잘못된 전선을 자른다면 그 결과는 재앙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기득권층과 기존 정책, 관례 등을 고려하면 개혁이 단시간 내 이뤄져야 가능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시뮬레이션 없이 도전하는 것은 금물이다. 긴 세월을 보면 합목적성이 충분했지만,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단행처럼 개혁이 앞뒤 없이 진행되면 막대한 혼란은 불가피하다. 역사적으로 미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중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가가 조세제도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 열기를 의도적으로 가라앉히려 했던 사례가 다양하다.
부동산이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수립하여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투기 원천 봉쇄 제도의 개혁과 함께 국민적 교육 역시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미래 세대에게 집을 투기와 자산의 개념에서 삶의 그릇, 홈의 이미지로 전환하고 공동주택 삶의 기본을 교육하는 부동산 교육원(가칭)도 검토해 봄 직하다. 아울러 일본을 비롯해 한국, 대만, 필리핀 등의 토지 재분배에 크게 영향을 미친 미국의 농경제학자 라데진스키의 철학인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도 현재의 농촌 실상에 부합하는지를 판단, 부동산 개혁과 함께 시동을 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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