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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삼성 성과급 갈등, 노동 가치 인정 당연해도…왜 씁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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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16. 17:44

새 증명사진
안소연 산업1부 차장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요구대로 성과급 재원을 40조원 수준으로 마련한다면 1인당 5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주 로또 1등 당첨금이 약 25억원이었는데, 헐겁게 계산한다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약 5년간 안정적으로 다녔을 때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성과급을 로또 당첨금과 견주는 건 어폐가 있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근로자가 근무해 거둔 결실을 보상받는 것이다. 복권 수령액 같은 불로소득과는 의의가 다르다.

현재 사측과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가 '귀족노조'라는 별칭까지 얻었으나 그들의 주장이 무리라고만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이다. 우리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의 노동 가치를 다른 구성원들의 소외감을 고려해 산정해야 한다는 건 사실 더 불공평한 계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노사 갈등은 어딘가 씁쓸함이 남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역대급 슈퍼 사이클 덕분이다. 호황이 도래해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올라탈 수 없으나,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굴지의 성정을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슈퍼 을'로 올라섰다. 이는 암흑기를 잘 견뎌낸 덕이 분명히 있다. 반도체 불황 중 제 역할을 해내는 다른 사업부 혹은 계열사가 우산 역할을 해줬고, 호황기에 쌓아 둔 현금으로 연구개발(R&D)을 지속해 지금 빛을 볼 수 있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삼성전자를 거친 많은 기술자들의 노고가 앞서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불안한 시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혹은 대외신인도가 낮아진다면 직원들의 봉급보다도 주가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대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420만명으로 우리 국민 100명 중 8명이 삼성전자 주주다.

분명한 것은 반도체 한파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호황이 이어지는 기간을 2030년까지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호황의 정도도 예견된 게 아니며, 실적을 추정하는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일 같이 바뀌고 있다. 게다가 국제 정세는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실정이다. 이런 형국에서 누가 몇 년 뒤를 장담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돌아올 한파를 견디려면 지금 가장 잘 나갈 때 인프라와 R&D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져야 불황속에서도 기술로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 이것 만이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불변의 공식이다.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오는 5월 21일부터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했다. 한 달 안에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면 반도체 초호황 상태에서 생산이 멈추고 노사가 다투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다. 전 세계 AI 기업이 지켜보는 와중에 잘 나갈수록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되는 모습이 전파되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안타깝다. 노사 모두가 서로에게 양보할 것을 샅샅이 찾아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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