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권'을 쥔 에이전트의 시대가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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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 보면 파란색으로 써진 단어에 밑줄이 그어진 고유명사나 'http://'로 시작하는 주소를 흔히 마주한다. 이는 하이퍼텍스트 전송 규약(HTTP)의 흔적으로, 웹 브라우저에 문서를 전송하기 위해 설계된 전 세계적인 약속이다. 이 규약을 통해 정보 고속도로인 월드와이드웹(WWW)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90년대, 이 고속도로를 채우는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정보의 미로에 빠졌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바늘을 찾아줄 서비스가 간절해졌고, 그 갈증을 채우며 등장한 거인이 바로 구글(Google)이다. 1998년 '백럽(Backrub)'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구글의 검색 서비스는 불과 30년 만에 종업원 19만 명, 연 매출 4000억 달러(약 587조원)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회사로 성장했다.
중요한 점은 이 거대한 구글 매출의 본질이 결국 '파란색 밑줄 쳐진 단어에 대한 클릭의 숫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필자가 강연장에서 마주하는 질문은 이 거인의 위상과 사뭇 다르다. "구글은 이제 끝났습니까?" 나의 대답은 단호하다. "구글이라는 검색창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당신의 홈페이지로 고객을 실어 나르던 '파란색 하이퍼링크'라는 고속도로는 이미 폭파되었습니다." 이제 고객들은 더 이상 클릭을 하지 않으며, 클릭은 더 이상 구글 수익의 근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로 클릭'의 심연: 끊어진 대동맥
우리는 지금 '제로 클릭'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엔 100명이 검색하면 100개의 웹사이트로 흩어지며 트래픽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의 AI 검색은 상단에서 답변을 통째로 요약해 '완성형'으로 내놓는다. 사용자는 더 이상 파란 링크를 클릭해 당신의 쇼핑몰이나 병원, 법무법인 홈페이지로 들어올 필요가 없다. 실제로 최근 1년 새 구글 유기적 트래픽의 30%가 증발했다. 디지털 경제의 대동맥이라 불리던 클릭이 사라지며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클릭의 빈자리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챗봇이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챗봇과의 수다도 잠시뿐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던지는 시간조차 AI에 의해 절약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챗봇은 '입'만 있고, 에이전트는 '손'이 있다.
지금껏 본 챗GPT 같은 AI가 '말 잘하는 앵무새'였다면, 2026년 시장을 뒤흔드는 주역은 OpenClaw(오픈클로) 같은 '자율형 에이전트'다. 둘의 차이는 명확하다. 챗봇은 여행지를 추천해 주고 끝나지만, 에이전트는 당신의 카드 번호를 알고 있고, 당신의 취향을 학습했으며, 최적의 항공권을 찾아 스스로 '결제' 버튼까지 누른다. 인간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목표를 완수하는 경제적 주체, 이것이 바로 '에이전틱 이코노미(Agentic Economy)'의 실체다. AI는 이제 비서를 넘어 당신의 돈을 대신 집행하는 '경제적 대리인'이다.
◇메조 수준의 혁명: 회사의 운영체제를 갈아엎어라
이 변화는 개인의 편의를 넘어 조직과 산업의 구조, 즉 '메조(Meso)' 수준의 혁명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서 메조란 개별 개인(Micro)과 국가 경제(Macro) 사이의 중간 영역인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나 산업 생태계'를 뜻한다. 이제 법률, 마케팅, 코딩 업무는 사람이 AI를 도구로 쓰는 단계를 지났다.
특히 에이전트들은 서로 'x402 프로토콜'이라는 전용 언어로 소통한다. x402는 인간의 모호한 언어 대신 에이전트끼리 자원을 거래하고 과업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고안된 표준 규약이다. 이 규약 덕분에 에이전트들은 인간이 잠든 사이에도 비즈니스 협상을 끝내버린다. 필자는 이를 '지능의 자율 주행'이라 부른다. 운전대를 AI에게 맡기듯 실행 권한을 넘기는 기업만이 지수함수적 생산성을 얻을 것이며, 여전히 프롬프트만 만지작거리는 기업은 '평균의 함정'에 빠져 도태될 것이다.
◇2027년, 당신의 회사는 에이전트에게 간택받을 수 있는가?
통계에 의하면 내년 후반이 되면 AI 검색 트래픽이 전체의 25%만 점유해도 비즈니스 수익의 75%를 장악할 것이다. AI 에이전트를 타고 유입된 고객은 이미 구매 의사가 99% 확정된 '초고관여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제 마케팅의 정의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사람에게 노출되는 광고에 목매는 시대는 갔다.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가 AI 에이전트의 알고리즘에 어떻게 '간택'될 것인가를 사활을 걸고 고민해야 한다. 질문에 답하는 AI에 감탄할 시간은 끝났다.
이제 AI는 당신을 대신해 돈을 벌어다 주거나, 당신의 고객을 가로채 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당신은 진정 준비되었는가?
이영환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전산학 박사(인공지능 전공). 전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 현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