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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슈]日, 나프타 부족에 바나나 숙성·의료용 주사기 조달까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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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4. 19. 12:26

중동발 원유 불안, 식품·의료 공급망 확산…日정부, 의료용 장갑 5000만장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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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장갑을 끼고 주사를 준비 중인 의료인/연합뉴스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일본에서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부족 우려가 식품과 의료 분야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18일 일본이 직면한 에너지 불안이 휘발유나 전기요금 문제를 넘어 바나나, 아이스크림, 초콜릿, 예방접종용 주사기 같은 생활·의료 물자 공급에까지 파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유가 정제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각종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여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수록 일상 소비재와 의료 소모품 조달 불안도 함께 확대되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나나다. 일본에서 소비되는 바나나의 99.9%는 수입산인데, 해충 유입을 막기 위해 덜 익어 푸른 상태로 들여온 뒤 에틸렌가스를 이용해 노랗게 숙성시킨 후 시중에 출하한다.

문제는 이 에틸렌가스가 나프타 유래라는 점이다. 일본바나나수입조합의 아카시 에이지 사무국장은 산케이에 "나프타가 부족해지면 출하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런 숙성 공정은 수입 비중이 큰 키위와 아보카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돼, 나프타 수급이 흔들릴 경우 과일 유통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시판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에 널리 쓰이는 바닐라향 원료인 바닐린도 나프타 유래 벤젠 등을 바탕으로 화학 합성된다. 천연 향료보다 값이 훨씬 싸 대중적인 가공식품에 폭넓게 쓰여왔는데, 원료 조달이 불안해질 경우 저가 식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이 "뜻밖의 물자에까지 여파가 번진다"고 표현한 배경이다.

◇식품 넘어 의료까지 번진 공급 불안
우려는 의료 분야에서 더 민감하게 나타난다. 예방접종에 쓰이는 플라스틱 주사기 역시 나프타를 원료로 만든다. 의료용 장갑, 카테터, 투석기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일본 내 홍역 감염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를 넘는 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 수요가 커지는 시점에 주사기와 관련 소모품 공급 불안까지 겹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백신학회도 17일 아동 예방접종을 차질 없이 실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대응에 나섰다. 16일 비축 중인 의료용 장갑 5000만장을 5월부터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전면적인 품귀 상황은 아니지만, 의료 현장에서 선제적으로 불안을 줄이겠다는 조치로 읽힌다. 에너지 문제가 의료 공급망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도 무겁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4월 13일 기준 221일분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비축이 100일분 아래로 떨어질 경우 불안 심리가 급속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상황에서 유통 단계마다 사재기와 재고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 실제 공급 차질 이상으로 혼란이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각 사의 사설 등을 통해 휘발유 사용 절감,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같은 대응이 장기적으로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나프타 위기는 원유 가격 상승이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라 식탁과 병원까지 연결된 공급망 위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시사점은 작지 않다. 석유화학 원료 부족이 식품과 의료 분야에 동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발 에너지 불안은 더 이상 정유·발전 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물가와 보건안보를 함께 흔드는 사안으로 봐야 한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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