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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뒤 전수점검 반복…관계성 범죄 ‘상시 위험관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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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6. 04. 19. 17:16

2만2388건 재점검해 1626건 고위험 분류…누적 위험 신호 평소엔 놓쳐
구속·유치·전자장치 신청 이어졌지만 뒤늦은 조치…“사건별 쪼개기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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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인근 주차장에서 칼부림이 발생해 2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이송되고 30대 남성이 크게 다쳐 이송됐다. 사진은 사건 현장./연합뉴스
관계성 범죄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사건 뒤에야 경찰이 전국 단위 전수점검에 나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피해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고위험군을 추려내는 것으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복 신고와 접근금지 위반, 결별 뒤 집요한 접촉 시도 같은 위험 신호를 포착해 선제 조치로 연결하는 상시 위험관리 체계가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전자장치를 끊고 전 연인을 살해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전국 경찰관서에서 수사·관리 중인 관계성 범죄 2만2388건을 전수점검했다. 이 가운데 1626건은 긴급 분리 조치가 필요한 고위험 사건으로 새롭게 분류됐다. 경찰은 이들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 389건, 유치 460건, 전자장치 부착 371건을 신청했다.

이 수치는 대형 사건 뒤 재점검 과정에서 고위험군이 한꺼번에 확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에서는 평소 수사와 관리 단계에서 위험 신호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발생 전에는 개별 신고와 단편적 조치에 머물다가, 참사 이후에야 기존 사건을 다시 훑어 고위험군을 재분류하는 대응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단위 특별점검이 반복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스토킹 신변보호 대상자 피살 사건,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지난해 교제폭력 피살 사건 이후에도 경찰은 잇따라 전수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은 개별 신고 접수와 사건 단위 처리에 머무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동일 가해자의 반복 신고 이력과 보호조치 위반 여부, 결별 뒤 보복성 접근 시도 등이 하나의 위험 정보로 통합 관리되지 못해 누적 위험을 제때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뒤늦게 고위험 사건으로 분류되더라도 실제 격리 조치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번 전수점검 후속 조치에서 구속영장 발부율은 35.7%, 유치 허가율은 26.5%, 전자장치 부착 인용률은 35.8%였다. 현장이 위험성을 높게 판단해도 사법 절차 단계에서 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피해자 보호 공백이 다시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으로 관계성 범죄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관계성 범죄 신고는 교제폭력 10만5344건, 스토킹 4만4684건, 가정폭력 28만9428건 등 모두 43만9456건을 기록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관계성 범죄는 법조문 중심이 아니라 케이스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며 "스토킹, 교제폭력, 성범죄를 각각 별개 사건으로 처리하면 같은 가해자의 위험성이 누적돼도 현장에서 제대로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통합 파일 안에 가해 이력과 위험 신호를 축적해 관리하고, 위험도가 높아질 경우 즉시 보호조치로 이어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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