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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일하면 더 가난해진다”…‘시소의 굴레’ 장애인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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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4. 20. 07:00

소득 증가하면 생활급여 줄어드는 '시소 복지'
2022~2025년 소득 대비 감액 비율 50%대
월 50만원 미만 구간, 소득 대부분 상쇄…실수령 1만원대
기준 초과 시 의료급여 중단, 본인부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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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4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된 홍길동씨(가명)는 올해 초부터 주말마다 카페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월 80만원 남짓 벌지만 삶은 생각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근로소득이 생기자 생계급여가 줄었기 때문이다. 홍씨의 생계급여는 42만원가량 삭감됐다. 결국 실제로 늘어나는 돈은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출퇴근에 들어가는 교통비와 식비 등을 빼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이처럼 장애인은 근로소득 증가가 그대로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늘어나면 그만큼 생계급여를 줄이는 구조로 설계돼, 결과적으로 노동을 통해 얻는 실질 소득 증가를 상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가 근로 유인을 떨어뜨리고 일정 구간에서는 '일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한 선택'이 되는 역전 현상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현행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급여 산정 방식에서 비롯된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르면 생계급여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최저 보장 수준과의 차액만큼 지급된다. 근로소득과 생계급여가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내려가는 '시소'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2022년 84만원 수준에서 2025년 92만원대로 늘었고, 같은 기간 생계급여 감액액도 43만원대에서 52만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근로소득 대비 생계급여 감액 비율은 2022년 51.2%에서 2023년 50.1%, 2024년 52.3%를 거쳐 2025년에는 56.3%까지 상승했다. 벌어들인 소득의 절반 이상이 급여 차감으로 이어지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할수록 가처분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저소득 구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월 50만 원 미만 소득 구간에서 생계급여 감액 비율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90%대를 유지했고, 2025년에는 94.1%까지 상승했다. 월평균 22만원을 벌어도 급여 삭감으로 대부분이 상쇄되면서 주머니에 남는 금액은 1만4000원에 그친다.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비와 식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보수 노동'과 다름없다.

의료 문제가 겹치면 부담은 더 커진다. 근로소득 증가로 수급 기준을 넘어서면 생계급여뿐 아니라 의료급여도 함께 중단된다. 기존의 정액·감면 구조에서 건강보험 체계로 전환되며 본인부담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초생활보장 수급 장애인 가구의 수급 중지 사유 중 근로·사업소득 증가에 따른 비율은 2023년 63.6%, 2024년 67.9%, 2025년 65.0%다.

반면 프랑스는 장애인이 취업할 경우 초기 6개월 동안은 근로소득과 관계없이 수당을 전액 지급해 소득 감소 구간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미국 역시 일정 수준까지는 근로소득이 늘어도 의료보장을 유지하고 일부 소득을 산정에서 제외해 급여 감소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일본은 취업 초기 별도의 급여를 지급하는 '취업 자립 급여금' 제도를 운용하고 의료비 상한을 설정해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관리한다.

정용제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소득 증가 구간에서 급여를 한 번에 줄이기보다 점진적으로 감액하고, 일정 기간 의료 지원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득공제 확대를 통해 근로소득이 실제 가처분 소득 증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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