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가족을 통해 던지는 윤리적 질문
진서연 밀도 높은 연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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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는 하룻밤 사이 세 여자를 강간한 미성년자 아들을 둔 어머니 브렌다의 처절한 심리적 붕괴와 사회적 시선을 다룬다. 지난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됐다. 이후 2025년 국립극단 신작 중 순수추천지수(NPS), 관람 만족도, 유료 객석 점유율에서 통합 최고치를 기록하며 '2026년 관객Pick' 공연으로 선정돼 올해 명동예술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을 만난다.
작품은 가해자 가족, 특히 어머니 브렌다의 시선을 통해 범죄 이후의 시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류주연 연출이 밝힌 것처럼, 이 작품은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책임'과 '시선'의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무대의 중심에는 새롭게 합류한 배우 진서연이 있다. 그는 감정을 과잉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절제와 폭발 사이를 오가는 정교한 강약 조절로 브렌다의 균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외부의 시선과 내부의 붕괴 사이에서 흔들리는 순간들은 섬세하면서도 강렬하다. 이 인물이 단순한 '가해자의 어머니'가 아니라,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한 인간임을 설득하는 힘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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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극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배치 역시 눈에 띈다. 변호사, 기자, 이웃 등 외부 인물들은 사건을 해석하고 소비하는 사회의 얼굴로 기능하며, 브렌다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선의 층위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우리가 타인의 비극을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연출은 일상의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무대 위에서 인물들의 심리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린다. 화려한 장치 대신 반복되는 일상과 균열의 순간들을 교차시키며 긴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이후를 살아가는 시간의 무게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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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건드리는 또 하나의 지점은 '아버지의 부재'다. 사건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모습을 드러내는 아버지의 존재는, 그간 비어 있던 자리의 무게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그 공백이 만들어낸 균형의 흔들림은 자연스레 분노를 환기시키며, 가족이라는 구조 안에서 책임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되묻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머니'는 끝내 질문을 거두지 않는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명확한 선 너머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 작품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 각자가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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