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뒷짐, 책임 공방 속 피해 눈덩이
|
문제의 발단은 지난 15일, 유통센터 위탁 운영사인 A마트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드러난 실상은 충격적이다. 납품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물품대금 지급이 지연돼 왔으며, 현재까지 쌓인 미지급 금액은 일부 업체 기준으로만도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한 쌀 유통업체 대표는 "아는 업체들만 합쳐도 100억 원이 넘는다"며 "당일 결제 시스템 같은 실질적인 대책이 없으면 줄도산은 시간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입점 업체 관계자는 "수개월째 대금을 쪼개 받다가 지금은 아예 못 받고 있다"며 "4000만 원이 묶여 직원 월급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구조적 방치에 가깝다는 점이다. 입점 업체들은 유통센터가 '양산시 위탁 운영'이라는 공공 신뢰를 기반으로 계약에 나섰지만, 사태가 터지자 시는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피해 상인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공공을 믿고 들어왔다가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특히 운영사는 입점 업체 매출의 15~23% 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가면서도 정산을 미루는 구조였고, 일부 업종은 월세 형태까지 부담하고 있었다. 판매는 계속되지만 대금은 지급되지 않는 '기형적 구조'가 장기간 지속된 것이다.
뒤늦게 양산시는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법률 자문과 피해 접수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납품업체와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서두르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자금난으로 연쇄 부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양산시의회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긴급 대응을 요구했지만, 근본적인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책 없이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공공 위탁사업 관리·감독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회생 문제가 아니다. 공공이 위탁한 유통 구조 속에서 발생한 '신뢰 붕괴'이자, 행정의 관리 부실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명확한 책임과 강력한 개입이다. 납품업체와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엔 이미 피해 규모가 한계를 넘었다. 행정이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지역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도미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