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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기 들어와서 그 미치광이 전략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어쩌면 국제정치학에서 광인전략의 개념 정의를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 '미치광이로 인식시킨 뒤, 군사 작전과 강압 정책 등 실제 행동으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전략'으로 말이다. 미치광이 전략은 확실히 진화했다. 관세 폭탄 및 이란 전쟁은 그 획을 그은 사례다.
우리에게 미치광이 전략이 다가왔던 건 미국과 북한의 대립이었다.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가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를 개발했다고 보도한 데 대한 즉각 반응이었다. 이는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보유국 단계에 사실상 들어섰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후 한반도에 대대적인 전략자산 전개 등 무력시위가 진행됐고,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의 세 차례 미북 정상회담 및 회동이라는 세기적 이벤트가 열렸다. 결국 결과 없이 끝났지만,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무대 위로 끌어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란 전쟁은 다르다. 이스라엘 변수가 있었지만 트럼프는 짧은 경고 뒤 미치광이 전략을 바로 실행했다. 협상 전략으로만 끝내지 않았다. 실행이라는 다음 단계까지 나아갔다. 게다가 질서 재편이라는 실행 이후 목표 달성까지 분명히 밝혔다. 단순히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은 거의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명확한 자국 이익 범위 설정, 목표 미달 시 미치광이 전략 반복 실행 의지까지도 분명히 제시했다.
1기 때와 다른 신(新)광인이론의 핵심은 협상 타결을 넘어 실행을 통한 질서재편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정치학의 광인이론을 '미치광이 행동 실행 후 질서재편 전략'쯤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할 느낌마저 든다.
적지 않은 이들이 과연 트럼프의 신광인전략이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현실적인 전쟁 비용 감당, 세계 경제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 신뢰자산 저하로 인한 미국의 리더십 붕괴 등을 그 이유로 든다.
그는 전쟁 비용을 결과적으로 여러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는 점도 공공연히 밝힌다. 경제 위기 위험성도 상대방이 요구 조건 안에 들어오면 선순환이 일어나 해결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이것이 전쟁 후 목표하는 질서 재편의 핵심이다. 미국 주도의 에너지 공급망 재편, 확실한 서반구 통제, 더 공고한 페트로달러 유지 등을 강력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신뢰 상실로 인한 리더십 붕괴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회복 가능한 요소로 보는 듯하다. 그는 미국의 신뢰자본을 우아한 인권 수호자나 합리적 심판자 또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이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탈피했다. 대신 확고한 자국 이익을 바탕으로 한 잉여 이익 나누기로 재설정한 듯하다. 골대를 옮긴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내 편에 서면 7대3 정도 나누고, 그렇지 않으면 10대 0이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할 것'이라는 태도다. 7대3을 신뢰 형성 및 리더십 회복 수준으로 보는 것 아닐까.
관세 폭탄이나 나토 탈퇴 경고는 이런 상태로 빌드업 하는 작업이다. 미국 이익을 위해 고율 관세를 매기고 협조적이면 조금 내려준다(그러나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관세율이다). 나토 탈퇴는 정말 그 직전 상태까지 가거나 이뤄질 수도 있다. 탈퇴 경고는 이미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대폭 인상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부담이 감소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9년 전 북한에 보였던 광인전략과 지금 실행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신광인전략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다. 1기 때는 극단적 수사로 공포까지만 작동했다면, 이번에는 임계점을 돌파해 압도적 무력을 투사했다. 그때에는 정치적 타결이 최종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상대방 지도부와 핵심 역량 완전 제거다. 위험 감수 수준이 통제 가능에서 확전 불사로 확대됐다. 미국 이익 위협에 대한 대응이 동결 수준의 방어에서 구조적 위험 완전 제거 및 해체로 확장됐다.
광인전략은 베트남전에서 종전 협상을 위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흘리면서 시작됐다. 트럼프의 행동은 신광인전략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인가, 아니면 실패로 끝날 것인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호(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