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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변명 안 통한다…텔레그램 ‘범죄 대행’도 미필적 고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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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4. 21. 05:00

[범죄를 대신해 드립니다]④
정부, 텔레그램 범죄 엄단 기조 형성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과 유사한 구조
쟁점은 범행 인식 여부를 판단하는 ‘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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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행 범죄(보복대행 범죄)를 두고 "개인 간 갈등을 법적 절차가 아닌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불법행위"라고 규정하며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이 전담 수사팀을 꾸리며 텔레그램 기반 범죄에 대한 엄단 기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사법부에서도 범죄 가담자에 대해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법원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모집된 점조직 형태 범죄에 대해 '미필적 고의'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2024년 12월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보이스피싱 전모를 모른 채 단순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했더라도 범행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 행위를 실행했음에도 공모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관련자 진술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범행 인식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종합해 범의나 공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모 사실이나 범의는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범행 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2025년 5월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도 "공범 관계에서 공모가 이뤄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피고인은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아르바이트 업무를 제안받았는데, 면접을 거치지 않는 등 절차가 이례적"이라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현금 수거 등 방식은 통상의 수금 방식이 아니고,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 수거 업무를 맡기는 것은 보이스피싱이 아니면 상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범죄 대행'은 텔레그램에서 실행자를 모집해 낙서, 오물 투척, 전단 살포, 폭행 등을 수행하게 하는 구조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위장해 인력을 끌어들이고, 인증 사진을 보내면 대가를 지급한다. 총책·지시자·실행자로 역할이 나뉘고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움직이는 점조직 형태다. 이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나 마약 던지기와 유사하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가담 경위와 방식, 돈이 오간 구조를 보면 범죄 인식 여부는 충분히 드러난다"며 "조금만 들여다봐도 비정상적인 구조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오물 투척이나 낙서는 초등학생도 위법성을 알 수 있는 행위"라며 "보이스피싱 전달책보다 미필적 고의 입증이 더 쉬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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