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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GDP 40% 잠식한 ‘스캠 산업’…총리 고문 유착·북한 자금세탁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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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21. 11:12

미 법무부, 스캠 수장 관련 비트코인 150억달러 압류…수장들, 중국 압송
캄보디아 당국, 250개소 급습·4만8000명 추방…조직, 도심 고층빌딩으로 분산
한국 피해 신고 급감...조직 인접국 이동 풍선효과 우려
CAMBODIA ANTI CYBERCRIME
캄보디아 당국이 12일 대규모 단속 작전을 벌여 외국인 311명을 체포한 칸다운펜의 윈덤(Wyndham) 그랜드 프놈펜 캐피탈 호텔./EPA·연합
캄보디아 기반 사이버 사기 범죄 조직의 연간 수익 추정치가 최대 190억달러로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달하는 수준으로 팽창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미국인만 2024년 동남아시아발 온라인 사기로 100억 달러를 잃어 전년 대비 66% 급증했다. 중국 요청과 캄보디아 협력으로 프린스(Prince)그룹·후이원(Huione)그룹 수장이 잇달아 중국으로 압송됐으나, 단속 이후 조직들이 도심 고층 빌딩 사무실로 분산 이동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추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캄보디아 스캠 조직, 연간 190억달러 수익 추정…GDP 40%·의류 제조업 수익 능가

캄보디아 기반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의 연간 불법 수익 추정치 최대 190억달러는 캄보디아 GDP의 약 40%에 해당하고, 최대 합법 경제 부문인 의류 제조업을 능가하는 규모라고 WSJ는 전했다.

주로 중국계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스캠 단지들은 소도시 수준으로 팽창해 피해자를 상대로 연인·투자자·경찰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일부 외국 정치권에서는 인구 1800만명의 캄보디아를 '스캠보디아(Scambodia)'라고 부르기에 이르렀다고 WSJ는 설명했다. 제재 대상 기업이 시공 중인 프놈펜 마천루는 이미 캄보디아 최고층 건물로 올라섰다.

훈 마넷 총리는 이 같은 오명으로 국가 평판이 훼손돼 앙코르와트 등 크메르 유적 관광 입장권 판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CAMBODIA-CHINA-DIPLOMACY-TRANSPORT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오른쪽)와 왕원빈 주캄보디아 중국 대사가 11일 타케오주에서 열린 푸난 테초 운하 프로젝트 2단계 착공식에 참석하고 있다./AFP·연합
◇ 미국 법무부, 범죄 조직 수장 관련 비트코인 150억달러 압류…수장들, 중국 압송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14일 프린스그룹 수장 천즈(陳志) 회장의 불법 활동 수익으로 판단된 비트코인을 당시 시가 약 150억달러 규모로 압류했는데, 이는 미국 법무부 역대 최대 외국 자산 몰수 사례라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은 같은 시기 천즈 회장과 캄보디아 안팎의 관련 기업 100개 이상에 제재를 부과했고, 이를 계기로 태국·싱가포르·대만·홍콩에서도 프린스 네트워크를 겨냥한 급습·체포·자산 압류가 연달아 이뤄졌다.

중국 공안 특수부대(SWAT)는 올해 1월 6일 천즈를 수갑과 죄수복 차림으로 캄보디아에서 중국으로 압송했으며, 캄보디아 내무부는 천즈가 중국 요청으로 구금·인도됐다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천즈 압송 약 3개월 만인 지난 1일에는 후이원그룹 전 회장 리슝(李雄)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중국으로 압송됐는데, 중국중앙TV(CCTV)는 중국 공안부가 캄보디아 관계 부처의 지원으로 압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Cambodia Thailand Scam
7일 찍은 캄보디아 오스마흐의 온라인 스캠(사기) 조직 거점 내 작업장 전경./AP·연합
◇ 수장 천즈, 총리 고문직 유지하며 스캠 단지 운영…후이원그룹, 40억달러 북한 자금세탁 의혹

WSJ가 입수한 법적 신청서·기업 등기부·각국 제재 문서에는 온라인 사기 조직이 캄보디아 지배층에 깊숙이 침투한 정황이 기록돼 있으며, 캄보디아 상원의원 2명과 역대 총리의 중국인 고문 1명도 피제재 또는 수배 대상에 포함됐다.

천즈는 2020년 훈 센 전 총리로부터 장관급 대우의 공식 고문직에 임명됐으며, 2023년 훈 마넷 현 총리도 그를 고문으로 유임시켰다고 WSJ는 전했다.

제재 대상 기업 KBX 인베스트먼트의 쉬아이민(64)은 지난해 11월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회사는 '아마라 코보락 인베스트먼트(Amara Koborak Investment)'로 사명을 변경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망(FinCEN)은 후이원그룹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는데, 조사 결과 이 그룹이 2021년부터 2025년 초까지 최소 40억달러의 불법 자금을 세탁했으며 이 중 상당액이 북한 정찰총국 관련 북한 국적자들의 사이버 공격에서 유입된 것으로 의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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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인이 7일 총촘-오스마치 국경 검문소 인근, 캄보디아 오다르메안체이주 삼롱 오스마치 지역의 온라인 스캠(사기) 거점 건물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다./로이터·연합
◇ '바이마 파크' 7000명 강제 노동·가짜 경찰서 동원…단속 후 조직, 도심으로 분산

WSJ가 직접 방문해 취재한 대규모 단지 '바이마 파크(Baima
Park)'는 축구장 36개 크기(31개 건물)에 6000~7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한 곳으로, 현장에는 인도인 피해자를 겨냥한 '가상 체포(Virtual Arrest)' 사기 대본과 여러 나라 수사기관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가짜 경찰서 세트장, 가짜 제복·가발 등 범죄 인프라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미국 재무부는 2024년 상원의원이자 재벌인 리 용 팟을 캄보디아-태국 국경 카지노 리조트 내 강제 노동자 인권 침해 혐의로 제재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5개국 이상 출신 피해자들이 구타·전기 고문을 당했고, 적어도 2명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캄보디아 당국은 4월 말까지 온라인 사기 활동을 완전히 박멸한다는 목표 아래 250개 이상의 스캠 센터를 급습해 약 750명의 주동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했으며 4만8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추방했다.

하지만 단속 이후 일부 조직이 도심 고층 빌딩 사무실로 이동해 추적이 더 어려워졌고, 텔레그램에서는 단속 개시 이후에도 명백한 스캠 구인 광고 수천 건이 새로 게시됐다고 WSJ는 전했다. 쉬아이민 등 미국이 제재한 핵심 인물 상당수는 천즈를 제외하고 여전히 공개 기소나 체포 없이 자유 상태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 한국 피해 신고 92% 급감·캄보디아 방지법 시행…범죄 조직, 인접국 이동 '풍선 효과' 우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과 후이원그룹 등에 독자 제재를 부과했다. 외교부는 현지 공관에 접수된 캄보디아 내 스캠 범죄 관련 피해 신고가 올해 1분기 9건으로 전년 동기 108건 대비 약 92% 감소했으며 지난 3월에는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10일 밝혔다.

주캄보디아대사관은 캄보디아 정부가 이달 6일 온라인 스캠 방지법을 시행하는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캄보디아 내 단속 성과가 범죄 조직의 인근 국가 이동으로 이어지는 '풍선 효과' 가능성이 있다며 각 공관의 면밀한 관찰과 적극적 예방 대응을 당부했다.

채이 시나리스 캄보디아 사이버범죄 대응 담당 수석 장관은 WSJ에 "사람들은 캄보디아를 앙코르와트와 위대한 나라로 알았는데 지금은 일부 나라들이 우리를 온라인 사기와 연결짓고 있다"며 "단속의 목표는 온라인 사기 행위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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