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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먼 나라 전쟁이지만, 타격은 가까운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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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22. 06:52

TOPSHOT-PAKISTAN-WAR-IRAN-US-ISRAEL-EN... <YONHAP NO-3614> (AFP)
정전으로 불이 꺼진 가운데 한 가족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자택에서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파키스탄 정부는 전력 수급 관리를 위해 매일 저녁 피크 시간대 약 2시간씩 전력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AFP 연합뉴스
박진숙 아시아투데이 산업부 기자
박진숙 아시아투데이 국제부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 각국에서는 많은 전쟁이 벌어졌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레바논 전쟁, 2011년 시리아 전쟁, 2014년 예멘 전쟁….

이라크 전쟁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이라크 파병을 했는데, 파병군으로 간 고등학교 친구가 파병군을 응원하기 위해 이라크를 방문해 공연을 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싸이월드)에 올려서 '우와!' 하고 놀란 것 말고는 그다지 인상에 남는 게 없다.

미국과 이란 전쟁 이전의 가장 최근의 전쟁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으로 유럽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난방비와 전기요금이 폭등했다고 하는데, 당시 스위스에서 거주하던 중학교 친구가 보일러를 돌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핫팩이나 담요를 구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말했던 걸 제외하면 그다지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은 이전 전쟁들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그 변화를 체감하는 게 너무 많다. 당장 휘발유 가격 상승이다. 또 원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휘발유뿐 아니라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다 수급도 어렵게 됐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포장재 등 식품·유통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부자재의 기초 원료다. 국내 기업들은 나프타 중동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현장에서는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최근까지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편의점의 음식물 종량제 봉투 매출은 전월 대비 59.5%까지 늘었다. 지난달 마지막 주는 직전 주 대비 325.7%나 급등하는 등 사재기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란 전쟁 여파로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 가격이 급등한 것도 식자재나 먹거리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에서는 요소가 생산되지 않다 보니 100% 수입해 오는 상황이라 국제 가격 상승이 생산 단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료 생산에 천연가스를 많이 쓰는데,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게 되면 비료 가격도 바로 뛰게 된다. 비료의 주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은 한 달 새 62.4% 올랐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26.4%나 올랐다.

비료 가격 상승하면, 생산비가 증가하게 되고, 결국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흔히 말하는 비용 인상형 물가 압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평균 2.0%에서 지난달 말 2.4%로 0.4%포인트 높아졌다. 이들은 조만간 3% 웃돌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먼 나라 전쟁이지만, 그 타격은 가까운 곳에서 받고 있다. 먼 곳에서 시작된 총성과 폭격은 우리 일상 속 쓰레기봉투와 식탁 위의 밥값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쟁은 국경을 넘어 에너지와 원자재, 그리고 물가라는 이름으로 스며들며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생활의 무게를 조금씩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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