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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세안 신뢰도 1위 지켰지만…인니만 ‘14%p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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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4. 21. 16:19

ISEAS 조사, 인도네시아 61.5%→47.9%로 하락
필리핀 77.3%·베트남 67.9%…中 압박 큰 나라일수록 일본 신뢰 높아
美·日 안보 밀착과 친이스라엘 이미지, 인니 반감 키워
FILES-JAPAN-DEFENCE-EXPORTS <YONHAP NO-1892> (AFP)
지난해 6월 필리핀 마닐라 국제항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휴가급 헬기호위함 이세함이 함상에서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에서중국의 압박에 직면한 나라일수록 일본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비동맹 전통을 지닌 나라에서는 그 신뢰도가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61.5%였던 일본 신뢰도가 올해 47.9%로 13.6%포인트 급락했다.

2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싱가포르 ISEAS-유솝이샥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2026 동남아시아 현황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11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의 민간·연구기관·정책결정층 20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본은 여전히 역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강대국으로 꼽혔다. 국가별로는 필리핀이 77.3%로 신뢰도가 가장 높았고, 브루나이(72.9%)·캄보디아(72.0%)·베트남(67.9%)이 뒤를 이었다. 전체 11개국에서 일본에 대한 신뢰가 불신을 웃돌았지만, 인도네시아만은 60%대에서 40%대로 주저앉아 이 흐름에서 이탈했다.

필리핀과 베트남의 높은 신뢰도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빚고 있는 긴장과 직결된다. 필리핀은 해상에서 선박 충돌 등 마찰을, 베트남은 전략 자원을 둘러싼 봉쇄 압력을 각각 겪어 왔다. 두 나라 모두 일본을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안보 파트너'로 여긴다는 분석이다. 응우옌 쯔엉 장 일본 리쓰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 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은 SCMP에 "일본의 지원은 다른 강대국들과 달리 어떤 조건도 붙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이는 '핵심 이익'에 대한 지지 등 조건을 내걸곤 하는 중국의 대외 원조 방식과 대비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캄보디아는 예외로 꼽힌다. 최근 중국과 교역·군사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음에도 캄보디아의 대일 신뢰도는 역내 최상위권이다. 인도네시아 디포네고로대에서 동남아 정치를 가르치는 아니엘로 이안노네 강사는 "일본은 캄보디아에서 확고한 신뢰 기반을 쌓아 왔고, 프놈펜의 지정학적 노선이 다른 쪽으로 기울 때도 그 기반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꾸준하고 강압적이지 않은' 접근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일본은 2022년까지 캄보디아에 전후 복구·사회 인프라·경제 개발 명목으로 6220억 엔(약 5조7562억 원)의 무상 원조와 차관을 제공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신뢰도 하락은 여러 층의 불만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비동맹' 노선이다. 인도네시아는 전략적 중립을 외교의 축으로 삼아 왔는데, 워싱턴과의 안보 유착을 강화하는 일본은 '독자적' 파트너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최근 커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방위비를 늘리는 등 방위 태세를 한층 능동적으로 바꾸고 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개헌을 검토하고, 미군과의 군사적 상호운용성도 심화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일본이 워싱턴과의 안보 통합을 심화하는 것으로 비칠수록, 일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인도네시아로서는 중립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경제 분야의 격차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고속철도, 태양광 제조,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인도네시아의 녹색 전환을 주도하는 사이, 일본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둔했다. 이는 '전략적 의지 부족'으로 읽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라는 특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필리핀대 딜리만 아시아센터의 칼 이안 추아 조교수는 "인도네시아인들은 일본을 친미·친이스라엘 성향으로 인식하며, 여기에 반(反)이슬람 정서가 얹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규탄했지만,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을 때는 외교적 긴장 완화·자국민 안전·에너지 안정에 무게를 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추아 교수는 일본이 만성적 노동력 부족 탓에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늘리면서 동시에 이민 통제를 강화한 모순적 행보도 신뢰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일본의 '자국 몰두'도 공통된 불만 요인이다. 일본을 불신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38.3%는 "일본이 자국 내 현안과 동북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에 몰두해 역내 문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 엔화 변동성, 한반도·대만해협을 둘러싼 안보 우려 등이 일본의 시야를 좁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6년 제창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실질적 협력이 아닌 수사적 차원으로 격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안노네 강사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를 강대국 경쟁의 부차적 무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우선순위로 대하는 파트너를 중시한다"며 "일본이 역내 문제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 인니 엘리트들은 이를 '무관심'으로 받아들이고 그만큼 신뢰도를 낮춘다"고 지적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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