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감사법인 신설에 독립성 논란도
여당 내부도 개정안 방향 갈리며 혼선
정부, 공감대 위해 권역별 설명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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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 인근에서 정부의 농협 개혁안에 대한 숙고를 요청하는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강호동 농협회장을 비롯해 전국 농·축협 조합장 및 조합원, 농업단체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현장에 모여 내실 있는 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지난 9일 전국 농·축협 조합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했다. 비대위는 농협 개혁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합리적인 변화를 위한 조합원 의견수렴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경식 공동 비대위원장(안산농협 조합장)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농협 자율성을 뺏는 순간 그것은 개입이 된다"며 "개혁 법안이 나오기까지 조합원 의견을 제대로 묻는 과정이 없었다. 조합원을 빼놓고 결정하는 개혁은 일방통행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협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3~4월 당·정협의회가 발표한 '농협개혁 추진방안'에서 비롯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진행된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 농협의 방만경영 및 내부통제 부실 등이 확인돼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며 개혁안을 마련한 바 있다.
개혁안은 농협회장 조합원 직선제 실시, 농식품부의 농협 감사범위 확대, 별도 외부 감사법인 신설 등이 핵심이다.
조합원 직선제의 경우 전국 조합원 187만명(중복가입 제외)이 1인1표를 행사해 농협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1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농식품부는 이 방식이 소수 유권자가 특정돼 '금권선거'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봤다.
다만 이 같은 제도개편은 농협회장에 대한 통제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권자가 광역단체장 또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막강한 선출직 권력이 부여되고, 정치적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여당 내에서도 입장차가 감지된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대표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회장을 '회장선출기구'가 선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전국 조합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추첨에 의해 선정된 조합원이 회장 투표에 참여하는 것으로 당정이 내놓은 방향과는 배치되는 방식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집행위원장은 "농협 개혁 핵심 방향은 조합원 실익 증진과 농협회장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이라며 "두 가지가 제대로 확립되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도 무방하다. 선거제도 개편에 관심이 집중돼 정작 중요한 것들은 가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협 감사 범위 확대 역시 과도한 독립성 침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감사 대상을 기존 중앙회·조합에서 지주·자회사 등으로 확대, 사실상 조직 전체로 넓힐 계획이다. 또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별도 외부 법인으로 설립하고, 위원장은 농식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를 논의 중이다.
농업계 내부에서도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한국4-H중앙본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등은 속도 조절을 요청하고 있는 반면 진보성향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 등은 개혁안이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용석 한농연 사무총장은 "정부가 이미 감사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별도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농협의 목을 너무 조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현재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탓에 농업계 갈등이 생기고 있다. 공론 과정을 거쳐야 (개혁안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협 개혁안에 대한 의견수렴 및 현장 공감대 확산을 위해 권역별 설명회를 추진할 방침이다. 22일 대구·부산·울산·경상 지역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관계자들과 종합 토론을 실시한다.
강호동 회장은 "농협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개혁 방향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1970~1980년대 '관치 농협'으로 민주성이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