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너지산단, 핵융합 인프라 유치
사천·진주 우주항공산단, 우주항공청 입주
“연구·기업 동시에 집적…자생형 산업 생태계 기대”
|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정부의 '5극 3특(5대 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균형발전 정책이 구체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LH의 역할 확대와도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기존 산단 정책이나 공공기관 이전이 산업 간 연계 부족, 지역 특성 반영 한계 등으로 실효성 논란을 겪어온 반면, 앵커시설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은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우주항공·에너지 클러스터가 핵심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을 끌어들인 성장 경로를 고려할 때, LH의 지방 산단 조성 전략 고도화가 국가균형발전 정책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3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LH는 현재까지 전국 31곳, 167㎢ 규모의 국가산단을 조성했다. 이는 전체 국가산단 개발지구의 56%, 개발 면적의 2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LH가 시행한 산단 입주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고용 인원은 약 19만명, 연간 생산액은 93조원, 수출액은 214억 달러에 달한다. 철강·석유화학 중심의 중공업 산단 조성에서 출발해 바이오·R&D·항공 등 첨단 산업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해 온 LH의 개발 역량이 수치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앵커시설 선점 전략…산단 '성공 공식' 바뀐다
최근 LH가 집중하는 산단 조성의 핵심 전략은 '앵커시설 선유치'다. 산단 조성 초기 단계에서 해당 산업을 대표하는 연구 기관, 행정기관, 대형 기업 등을 먼저 유치해 입주 수요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기업의 연쇄 입주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입주 협약 체결 기업이나 지자체가 사업 착수 이전에 부지 대금을 선납하면 이를 초기 사업비로 활용해 조성 원가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입주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구조도 병행된다. 단순 토지 공급을 넘어 산업 생태계 설계자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기존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으로 평가한다. 과거 공공기관 이전이 민간 기업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반쪽짜리 이전'에 그쳤던 사례와 달리, 연구 기관과 행정 기관이 동시에 집적될 경우 공급망·인력·투자가 한 권역 내에서 순환하는 자생적 생태계 형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앵커시설이 선점 효과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 입주가 확대되며, 다시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건설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산단을 먼저 만들어 놓고 기업을 기다리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앵커시설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주변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LH가 단순 시행사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설계자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오송·나주·사천…지역별 성공 모델 확산
K-바이오스퀘어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과 희귀·난치질환 첨단 의료기술 연구를 아우르는 '한국형 켄달스퀘어'를 지향한다.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 일대 켄달스퀘어가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 기업, 병원, 투자기관이 집적된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성장한 점을 모델로 삼았다. 핵심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과 자본이 유입되는 구조를 국내에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KAIST와 서울대급 기관이 동시에 입주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충북 바이오 생태계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오송3생명산단 주변 바이오기업들 사이에서는 K-바이오스퀘어 협약 이후 인접 부지에 대한 입주 수요가 높아지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나주에 조성 중인 나주에너지 국가산단 역시 앵커시설 전략이 적용된 사례다. 왕곡면 덕산리 일원 122만㎡ 규모로, 총 3685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7월 산업단지계획 승인 이후 같은 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 사업' 부지로 확정되며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총사업비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2027년 착공, 203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핵융합 연구시설이 구축될 경우 약 300개 기업 유치와 1만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 10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나주시는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공공기관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를 중심으로 한 연구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
앵커시설이 연이어 확정되자 민간의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주항공청 입주 확정 이후 국내외 우주항공 기업들의 산단 입주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실제 부지 계약과 착공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가시화되고 있다. 사천지구에서는 이미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인 기업도 있고, 진주 지구에서도 공장 설립을 완료한 입주 기업이 나오는 등 산업 집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입주가 산단의 신뢰도를 높이며 후속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 사업 공백·정주 여건…남은 과제
강오순 LH 지역균형본부장은 "LH의 국가산단 조성은 단순한 토지 개발을 넘어 첨단산업과 일자리, 정주 여건이 결합한 미래형 혁신공간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최근에는 국가산단뿐 아니라 도시첨단산단,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도 병행해 정부의 5극 3특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통해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