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외교장관 "통항권은 권리…통행료 시도 동참 안 해"
말레이 교통장관도 자유 항행 지지…인니 "초기 구상"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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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채널뉴스아시아(CNA)·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인도네시아는 주변부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세계 무역·에너지의 전략적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데도 말라카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은 요금을 내지 않는다. 그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 지금 호르무즈해협 통행 선박에 요금을 부과하려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가 셋으로 나누면 상당할 수 있다. 우리 해역이 가장 길고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이달 초 밝힌 "인도네시아는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라는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8일 말라카·순다·마카사르 해협을 통해 동아시아 에너지와 교역량의 70%가 이동한다며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입지를 강조한 바 있다. 푸르바야 장관도 이날 대통령의 '주변부 국가가 아닌 핵심 행위자' 지침을 직접 인용했다.
다만 푸르바야 장관 본인도 실행이 간단치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작고 말레이시아도 비슷하니 우리가 셋으로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 단순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수세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신중하되 공세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며 인접국 합의가 선결 과제임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구상이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이며 지역 조율과 국제 무역에 미칠 파장이 핵심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현지 매체 베리타사투에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선을 그었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 경제매체 CNBC 행사에서 "통항권은 모두에게 보장된 권리"라며 "(해협을) 폐쇄하거나 차단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앞서 지난 7일 의회에서도 호르무즈해협을 비롯해 말라카·싱가포르해협은 국제 항행용 수로이며 통항권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으로 명문화된 권리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이것은 연안국이 부여하는 특권이 아니며, 구걸해야 할 면허도, 지불해야 할 통행료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이번 행사에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모두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라며 "세 나라 사이에는 통행료를 걷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협을) 열어두기 위한 협력 메커니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 나라가 자유 항행 유지에 전략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며 "다른 많은 지역에서는 이런 상황이 당연한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의 입장도 비슷했다. 앤서니 록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전날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싱가포르 해양주간 2026에 참석해 말라카해협의 자유 항행과 통항 보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영 통신 베르나마에 "우리는 주권 국가이자 국제해사기구(IMO) 이사국으로서 회원국들이 국제법 존중 의무를 다하는 규범 기반 체제에 헌신한다"고 말했다.
말라카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대표적 해상 길목으로, 호르무즈·수에즈·파나마 운하와 함께 세계 경제의 병목 지점으로 꼽힌다. 이 해협은 중국 입장에서 전시 취약점으로 오래전부터 지적돼 '말라카 딜레마'로 불려왔고, 중국은 미얀마 경유 송유·가스관과 대러 수입, 재생에너지·전동화 확대로 해상 의존도를 낮추려 해왔다. 발라크리슈난 장관도 이날 미·중 관계 악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들이 태평양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지금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예행연습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4분의 1이 지나는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인 지난 2월 28일부터 이란에 의해 대부분 봉쇄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