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연금 500조 육박했지만 선택권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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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496조8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은 130조8695억원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500조원에 육박한 만큼 원리금보장형 상품 편입 기준도 가입자 보호와 선택권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IRP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허용 목록에 포함된 상품만 편입 가능하다. 은행 정기예금, 이율보증형 보험계약(GIC), RP, 우체국예금, 저축은행 정기예금, 증권금융예금, 원리금보장형 ELB 등은 가능하지만 발행어음은 제외돼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가운데 금융당국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만 발행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현재 사업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7곳이다. 이들 대부분은 AA급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
제도권 내 대형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인데도 IRP에서는 선택지에서 빠져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상품의 실질 위험이나 발행 주체의 신용도보다 규정상 허용 목록에 들어 있는지가 선택 가능성을 가르는 구조인 것이다.
당국은 퇴직연금 계좌인 만큼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고 발행 증권사의 신용에 따라 상환 안정성이 좌우된다는 점이 제외 근거로 거론된다. 그러나 IRP에서 허용된 ELB와 RP 역시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기준의 일관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 IRP라는 대형 연금시장 안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 선택지가 하나 더 열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 공개적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발행어음이 편입되면 현재 IRP 원리금보장형 시장의 중심인 은행 정기예금과 경쟁해야 하고 증권사들이 판매 중인 ELB·RP와도 금리 경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이 IRP에 편입되면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건 맞지만 업계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꺼내지 않는 건 결국 기존 원리금보장형 상품끼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가입자 선택권 차원에서 보면 지금 기준은 다소 낡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