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발 마약 유통 키운 부처 칸막이
명의도용·대리처방 벗겨내려면 ‘겹겹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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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선에서 마약수사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의료용 마약류 사건의 경우 처방전을 앞세운 '합법 복용' 주장 때문에 수사 착수부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처방전이 있는 약물은 필로폰이나 대마처럼 현장에서 곧바로 불법성이 드러나지 않아 실제 진료 여부와 처방량, 반복 처방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용 마약류를 수사하려면 결국 공급지인 병·의원을 들여다봐야 한다. 텔레그램에서 거래되는 '나비약'과 불법 유통되는 수면제·진통제의 출발점도 상당수는 처방전이다. 치료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쓰여야 할 약물이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 처방과 허술한 관리 속에 시중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병원은 치료 공간이 아니라 마약 불법 유통의 출발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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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의 직업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을 보면 의사 검거 인원은 2023년 323명, 2024년 337명, 2025년 395명으로 늘었다. 전체 규모만 보면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의료인은 처방 권한과 약물 접근성을 동시에 가진 집단이다. 불법 처방이나 편법 투약이 개입될 경우 사회적 파급력은 일반 사범과 비교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일부 병·의원이 비급여 미용 시술, 다이어트, 수면 관리 등을 내세워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실상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같은 환자에게 짧은 기간 반복 처방이 이뤄지거나 유사 증상 명목으로 약물이 중복 처방되는 경우도 있다. 대리처방이나 명의도용 역시 병·의원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범죄다.
문제는 정보 접근권이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조제·투약 내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축적된다. 하지만 경찰은 이 시스템에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한다. 개별 사건마다 영장을 받거나, 식약처가 이상 징후를 선별해 수사를 의뢰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선제 수사는 사실상 어렵다. 그 사이 불법 처방 약물은 텔레그램과 SNS를 통해 빠르게 흩어진다. 수사의 출발이 늦어질수록 증거 확보는 어려워지고 유통 범위는 넓어진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의 경우) 영장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리고 절차가 까다로워 현장에서 불편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런 불편함을 계속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의도용과 대리처방 사건에서는 한계가 더 뚜렷하다. 피해자가 "내가 처방받은 적 없다"고 신고해도 수사기관은 실제 방문자와 본인 확인 절차, 처방량, 약물 이동 경로를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 식약처의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 수사 의뢰는 2023년 69건에서 2025년 105건으로 늘었지만, 이상 징후가 쌓인 뒤 움직이기 때문에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남용이나 범죄와 연결되면 경찰과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에 필요한 정보에 한해서는 접근 권한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