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 조사 확대되지만…반복되는 아동학대 대응 한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24010007888

글자크기

닫기

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4. 26. 18:02

의료 이용 이력없는 6세 이하 아동 전수조사
전담공무원 892명에 1인 51건…과부하 우려
폐쇄된 가정 속 학대…감시만으로는 역부족
더위야 가라<YONHAP NO-4481>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연합
정부가 학대받는 아이들을 위한 구출 작전을 펼칩니다. 의료 이용 이력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약 5만8000명을 직접 찾아 나서겠다는 것이죠.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기록이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5월부터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가정 방문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조사 거부 시 재방문, 필요하면 수사 의뢰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2세 이하 아동이나 학대 이력이 있는 가정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동행하도록 하고 형식적 점검을 막기 위해 사진이나 녹취 등 증빙 제출도 의무화했습니다.

대응이 촘촘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의료·보육·교육 정보를 엮어 사각지대를 줄이고, 쉼터를 확대하고, 법 개정까지 추진하니 말이죠. 정부는 연간 아동학대 사망자를 2029년까지 30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아동학대 신고는 5만242건으로, 이 가운데 실제 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4492건입니다. 신고의 52.0%가 학대로 확인된 셈이죠. 신고 자체는 이미 충분히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가운데 아동학대 사망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30~50명 수준을 반복했고, 여전히 대부분은 가정 내에서 발생합니다. 가해자의 82~86%가 부모라는 점은 아동학대가 외부의 감시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2세 이하 영유아는 학대 발견율이 더 낮지만, 사망 사례에서는 절반 가까이 차지합니다. 물론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조사'를 반복합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매번 등장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촘촘해진 감시망과 별개로 인력난과 시스템 문제는 거듭되고 있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892명입니다. 1인당 평균 51건을 맡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25건에서 118건까지 편차가 큽니다. 이미 한 사람이 수십 건의 사례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부가 말하는 정밀한 개입이 가능할까요?

정보도 흩어져 있습니다. 의료, 교육, 복지, 경찰이 각각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있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체계는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정부는 협업을 강조하고 이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대책에서도 구체적 실행 구조는 제한적입니다. 시설 역시 부족합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 155개소에 불과하고,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분리 보호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적지 않습니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시설 내 학대 대응의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시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학대가 장기간 은폐되고, 내부 신고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죠. 문제는 아동학대는 시설보다 더 폐쇄적인 '가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아동학대는 사건이 터진 뒤에야 드러납니다. 조사 확대만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지금쯤은 숫자가 달라졌어야 합니다. 결국 필요한 건 더 많은 조사보다 발견 이후를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일 것입니다.
이세미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