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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료제 ‘콜린’ 재평가 논란…의료계 “평가 기준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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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6. 04. 26. 18:00

임상시험 한계 속 복합질환 반영 미흡
코호트·RWD 병행한 다층 평가 필요
ChatGPT Image 2026년 4월 26일 오전 11_21_06
/챗지피티 이미지
"순수한 알츠하이머 환자나 혈관성 치매 환자를 완벽히 구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십 년간 의료 현장을 지켜온 전문의약품들이 '임상재평가' 칼날 앞에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뇌 기능 개선제 아세틸-엘카르니틴과 옥시라세탐이 단일 시험 결과만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데 이어, 이번엔 치매·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수십 년간 처방돼 온 글리아티린(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이 다음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는 평가 방식에 있다. 질환의 종류와 특성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복잡한 발병 기전과 장기적 진행 양상을 가진 만성·퇴행성 질환의 실제를 평가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치료 선택지가 줄어드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신경과학회는 작년 10월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콜린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해마와 대뇌피질, 편도체 등 기억과 인지에 직결된 주요 뇌 영역의 위축 속도가 유의미하게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증상 완화 수준을 넘어, 약물이 뇌의 구조적 변화를 늦추는 뇌 보호 효과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콜린 제제 효과에 대한 유의미한 연구 결과는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작년 1월에도 원주세브란스 병원 연구팀은 콜린을 사용한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의 치매 전환 위험이 비사용군 환자보다 1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은 17% 감소했다. 특히 65세 미만 환자군에서는 치매 전환 위험 감소율이 22%에 달했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콜린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음에도, 임상 재평가로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현행 임상재평가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매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인 데다,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의 약 89%는 알츠하이머 병리와 혈관성 병변이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 병리'를 갖는다. 뇌 영상 소견과 실제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이런 복잡한 질환을 통제된 환경의 단일 무작위 대조임상(RCT)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치매와 같은 복합 질환의 재평가에서는 장기 코호트 연구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된 리얼월드데이터(RWD)를 함께 검토하는 '다층적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즉,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코호트 연구 방식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실제로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한 신경과 교수는 "잘 설계된 코호트 연구만이 생활 습관·동반 질환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약물의 실제 효과를 더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며 "재평가의 목적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정밀 MRI 분석과 대규모 현실 데이터를 배제한 채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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