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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에는 티노 세갈 작품 '키스' 참여자 모집이, 올해 1월 초엔 티노 세갈 작품 '디스 이즈 소 컨템포러리(This Is So Contemporary)' 참여자 모집이 그 내용이었다. 마치 연극이나 영화 등 공연물의 배우 오디션 내용과 비슷해 보이는 공지문은 작품의 개요와 역할을 설명하고 모집 인원수와 트레이닝 및 리허설을 포함한 참여일시, 조건, 사례비 지급 안내, 자기소개와 지원동기의 접수 기간 내 제출 등을 안내하였다.
"리움미술관은 라이브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티노 세갈의 개인전에 소개될 작품 '키스'에 참여할 무용수 또는 신체 기반 퍼포머 커플/듀오를 모집합니다. '키스'는 두 명의 참여자가 서로를 껴안고 천천히 움직이며 로댕, 브랑쿠시, 제프 쿤스와 같은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 장면을 재구성하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특성상 신체적 밀접함과 키스 연기가 가능한 수준의 친밀도가 요구됩니다. 지원은 반드시 2인 1조(커플 또는 듀오)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대무용 경험이 있으면 우대하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본 작품은 미술관 운영시간(약 4개월) 내 상시 진행될 예정입니다. 리허설 및 트레이닝은 2026년 2월 초 시작 예정이며, 참여자는 전시 기간 중 하루 4시간, 주 3~5일 참여가 가능해야 합니다. 사례비는 리허설 및 공연 기간을 포함하여 지급됩니다."
퍼포머의 신체와 안무, 움직임을 주된 예술적 매체로 삼아, 깊이 있고 특별한 미적 경험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티노 세갈의 작품은 대부분 이와 같은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된 참여자들의 퍼포먼스 형태다.
세갈은 이들을 '플레이어(players)' 혹은 '해석자/인터프리터(interpreters)'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세갈 자신이 캐스팅한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신체적 움직임과 인용, 행위 등을 '구두(口頭)'로 전달, 지시, 훈련 시키고 해석하여 수행하게 하는 세갈 특유의 작업적 특성을 함의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아트페어, 옥션 등에서 거래 가능한 모든 물질적 제작 방식을 거부하고 오브제가 아닌 '행위'를 작품으로 내놓는다. 스스로 퍼포머이길 거부한다는 것도, '해석자·인터프리터'에게 자신의 행위를 '구두'로 위임하는 것도 세갈 작업의 특성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은 스스로 물질적 형태를 만들어내지 않고 인간의 몸과 언어, 관계만으로 상황을 빚어내며, 사진이나 영상 기록, 어떠한 텍스트도 원칙적으로 남기지 않는다. 오직 전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소리, 그리고 작품과 관객과의 상호작용만이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으로서 존재한다.
예컨대, 한 쌍의 남녀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조각상 '키스'(1901~1904)를 비롯해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신을 라이브로 보여주는 세갈의 작품 '키스'(2002)가 대표적이다. 세갈의 '키스'는 조각, 회화 등 전통적인 매체로 제작된 브랑쿠지와 제프 쿤스 등 이른바 거장들의 키스를 모티프로 한 다수의 작품을 참조하였다. 관능적인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 낯선 남녀는 전시장 바닥에 누워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 발레와 같은 동작으로 느리지만 끊임없이 자세를 바꾸고, 무릎을 꿇거나 앉아 서로를 끌어당겨 키스하며 껴안기도 한다. 미술사 속 '키스'를 재현하는 이들의 은밀하지 않고 공개되는 애정 행각은 두 사람의 섹슈얼한 즉흥적 표현이 아닌 세갈의 지시와 훈련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안무이자 관람객의 경험과 상호작용하는 구성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관람객들은 미술사 속 조각, 회화 등의 물질적 오브제와 텍스트들이 요구하는 위엄과 역사성이 아닌, 낯설고 생생한 티노 세갈의 '키스'가 구성하는 상황에 의해 저마다 특정한 감각과 시간을 경험하고 더욱 몰입적이고 친밀한 소통을 통해 더 많은 통찰력을 얻게 된다. 그 어떤 기록도 일절 허용하지 않고, 관람객의 촬영도 허용하지 않는 티노 세갈의 작업은 살아있는 경험에 참여하는 기억에 기반한 가치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복제와 반복이 무한 가능한 초연결 시대, 데이터화 시대에 예술의 본질적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는 점에서 새로울 수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는 2008년 티노 세갈의 '키스'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2010년 구겐하임 미술관의 티노 세갈의 전시를 위해 이를 대여하였다.
미술관의 구입 과정 역시 어떠한 기록도 배제되었다는 점은 티노 세갈의 작업이 오늘의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주원 큐레이터·한빛교육문화재단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