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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도쿄만에 입항한 유조선은 지난 3월 22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출항했다. 2월 28일 미국 등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한 뒤 일본이 미국에서 대체 조달한 원유가 일본 국내에 도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원유는 해저 파이프라인 설비를 통해 코스모석유 지바정유소가 있는 지바현 이치하라시로 보내져 휘발유 등 석유제품으로 정제된다. '코스모에너지홀딩스'에 따르면 조달 물량은 약 14만5000㎘로, 일본 국내 소비량의 반나절분 정도에 해당한다.
◇파나마운하 택한 日, 희망봉 루트보다 20일 단축
이번 수송의 핵심은 항로다. 유조선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소형 선박을 이용했다. 중동 정세 악화 이후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우회 루트는 약 55일이 걸리지만, 이번 텍사스발 유조선은 파나마운하를 거쳐 35일 만에 도쿄만에 도착했다. 약 20일을 단축한 셈이다.
일본 정부와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를 서둘러 확보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해 왔고, 그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 통항이 불안정해지면 전력·물류·항공·석유화학 전반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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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산 원유가 곧바로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유소 상당수는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맞춰 설비와 운전 조건을 구축해 왔다. 미국산 원유는 상대적으로 성상이 달라 정제 효율, 제품 수율, 설비 운전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 조달 루트 다변화가 가능하더라도 실제 정유 현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유조선 입항은 일본 에너지 안보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일본의 원유 정책은 중동산 장기 계약과 해상 수송 안정성에 기반을 둬 왔다. 그러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일본 정부는 미국·중남미·중앙아시아 등 비중동권 공급망을 동시에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한국 역시 원유 수입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고, 정유설비도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돼 있다. 일본의 미국산 원유 도입은 단순한 조달 뉴스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동북아 정유 국가들이 얼마나 빠르게 공급망을 재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일본이 파나마운하를 활용해 수송 시간을 줄이고 비중동권 원유 확보를 서두르는 동안, 한국도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정유설비 운용 유연성을 동시에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