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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이번 휴전은 이란의 버티기 전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무용지물이 된 속전속결 위주의 확전 우위 전략을 폐기하고 출구 전략의 명분과 실리를 얻으려는 시도였다. 이란에 대한 공격을 단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휴전 기간의 종전 협상 역시 장기전을 의도하지는 않았다. 지배력과 속도, 가시적 성과를 통해 자신을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차별화하고 승리의 서사를 써 나가려는 트럼프로서는 종전 협상의 장기화가 바람직하지 않다. 전쟁을 지속할 경우 감당해야 할 막대한 정치·경제·군사적 비용을 피하고, 갑작스러운 셀프 종전 이후에 밀려올 국내외적 대혼란과 정치적 파상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 전쟁의 목표와 성과를 이란 핵 프로그램 차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축소 조정하고 승리의 선언문을 쓴다는 구상이었을 것이다. 장기적인 평화 설계는 이 구상에 들어갈 틈이 안 보인다.
그러나 종전협상은 트럼프의 바람과는 달리 답보 상태에 빠져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타협을 도모하기보다는 상대에게 선제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과 이란의 핵 개발 포기, 미사일 제한 등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인정, 국제제재 해제와 전쟁 피해 배상, 평화적 목적의 핵 개발 인정,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재발 방지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하나 상대방이 쉽게 받을 수 없는 조건들이다. 특히 이란으로서는 핵 협상 중에 전쟁을 시작한 미국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는 만큼, 가시적이고 확실한 보장 없는 타협은 고려의 가치가 없다. 승리의 서사와 그 증거로서의 전리품이 필요한 트럼프 역시 이란에 대한 선제적 양보로 비칠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자신이 폐기한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간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못 미치는 합의로 귀결될 경우, 그 정치적 후폭풍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감지될 것이다.
미국의 공습으로 최고 지도부가 제거된 이란 정권 내부에 전격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종전협상의 구조적 경직성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심각한 경제 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저항 기류가 강하고 군부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향후 이란 정권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이란이 그동안 미국의 제재를 견뎌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상당 기간 '버티기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확전 우위 전략을 재가동해 트럼프의 경고대로 이란의 기반 시설들을 공격한다면 종전협상의 기존 틀이 흔들릴 수 있겠지만, 현재 미국이 이란 전역을 대대적으로 공습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 능력에 여유가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칫 미군 사상자 혹은 포로가 다수 발생하면 트럼프로서는 중대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물론 국제유가 상승과 국내 물가 불안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이란과의 타협이나 군사적 확전이 어렵다면 남은 선택지는 전쟁도 평화도 아닌 어정쩡한 답보 상태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전 세계가 계속해서 함께 짊어져야 한다. 이란은 시간은 우리 편이며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결국 굴복할 것이라는 믿음에 빠져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가 스스로 판 이란 전쟁이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절대 서두르지 말고 동맹국, 전문가들과 함께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이란 전쟁의 전략적 실패를 공식화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각고의 노력 끝에 성사시킨 JCPOA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인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으로서는 통제 불가능한 트럼프의 즉흥적 대응에 점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자신을 탄핵할 것이라고 걱정하던 트럼프가 실제로는 중간선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백악관 내부의 혼돈 상황이 언론에 계속 유출되고 있는 사실은 트럼프 참모들 사이에서조차 불만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금 워싱턴 조야의 불안은 통제된 확전을 통해 종전을 설계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전제가 통제 불가능한 교착 상태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연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