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용 영화 산업 쇠퇴·관람 문화 변화로 호응 예전보다 ↓
정체성 바꾸는 수준의 파격적인 변화로 재도약 계기 마련
|
▲변신은 선택 아닌 필수
지금은 숫자가 다소 줄었지만 한때 220개 이상이었던 전국의 크고 작은 영화제들 가운, 국내 관객들과 해외 영화 관계자들이 이름을 들어 알 만한 영화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중 대·내외적 인지도 및 관객들의 참여도와 규모, 역사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빅3'는 개최 시기 순으로 전주·부천·부산이다.
사람으로 치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빅3'의 공통된 숙제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다.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로 접어들었으나 국내 극장용 영화 산업의 부진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득세에 따른 영화 관람 문화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청년이 되자마자 생존을 고민중인 것이다. 실제로 '빅3' 중 한 영화제는 지난해 관객수가 2023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해 지역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일환으로 전주는 재능 있는 새내기 감독들에게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워 '작가 발굴'에 더욱 힘쓰고 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지원작인 로이스 파티노 감독의 '삼사라'와 벤 러셀 감독의 '다이렉트 액션'이 2023년과 202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인카운터 부문에서 차례로 심사위원 특별상과 작품·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아 영화제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렸던 사례를 적극 참고했다.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발맞춰 세계적인 거장과의 협업도 병행한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명장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11번째 작품이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제작된다. 올해 중 전주를 무대로 촬영이 이뤄지며 내년 영화제 기간 중 전주독립영화의 집 공식 개관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부천은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AI(인공지능)을 화두로 내걸면서, 장르 영화와 함께 AI 영화를 '대표 메뉴'로 앞세우고 있다. 올해부터는 영화진흥위원회 등과 손잡고 AI 영화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는 등 국내 AI 영화 제작의 허브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또 비경쟁으로 오랫동안 익숙했던 부산은 지난해 경쟁 전환을 선언하고 '부산 어워드'를 수여하기 시작했다.
|
부산의 본 행사 예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133억원이다. 전주와 부천의 예산은 평균 50억~60억원대다. 예산 구성을 살펴보면 주최 측에 해당되는 시의 지원이 보통 60% 가까이 차지하고 국비와 도비, 기업들의 후원금과 자체 굿즈 판매 수익금이 뒤를 잇는다. 이처럼 예산의 대부분을 우리의 세금이 차지하고 있는 까닭은 축제의 가장 큰 가치인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데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규모의 예산이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꽤 넉넉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언제나 쪼들리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처럼 중동전쟁 발발이란 돌발변수로 항공료가 급등하는 경우, 해외 게스트들의 초청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탓에 예산 집행을 둘러싼 영화제들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예산 집행의 전권을 쥔 해당 지자체 및 정치권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느냐도 영화제의 오랜 숙제다. 특히 요즘처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면 영화제 고위 관계자들일수록 여야 모두의 눈치를 보며 극도로 몸을 사린다. 특정 정당과 가깝다는 소문이 돌 경우 반대편 소속이 지자체장으로 당선됐을 때 예산 축소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다.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한 정부의 지원 기조 변화 여부 역시 늘 신경써야 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긴축 재정을 이유삼아 매년 60억원 수준이었던 영화제 지원 예산을 2024년 28억원으로 대폭 깎았다. 여러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들이 존폐 위기를 겪는 등 홍역을 앓았던 이유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올해 예산을 42억원으로 끌어올리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긴 했다. 그러나 국비 지원이 예산의 25·40%에 각각 이르고 있는 칸과 베를린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란 게 영화제들의 하소연이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맡고 나서 가장 신경써서 한 일이 모든 결과를 비용 대비 효과 측면으로 수치화해 프리젠테이션 자리를 마련한 뒤, 지자체와 시 의회를 줄기차게 오가며 예산 증액을 설득하는 것이었다"며 "영화제의 기조와 취지에 대한 치밀한 기획 아래, 이에 맞는 예산 증액이 꼭 필요하면 협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최근 들어 일부 영화제들이 수용자가 아닌 제공자 중심으로, 규모 등 외형에 연연하고 있는 모습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수작들을 대중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에 다시 충실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