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증산 전략 vs 사우디 감산 정책 10년 충돌
이란, UAE 공격에 걸프국 대응 불만
OPEC 약체화·사우디-UAE 가격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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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내 3위 산유국으로 그룹 전체 공급량의 약 12%를 담당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양대 잉여 생산 능력 보유국으로 꼽혀온 UAE가 탈퇴함에 따라 "OPEC이 창설 이후 직면한 최대의 존폐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국제 원유 시장이 역대급 공급 충격에 빠진 가운데 나온 이번 결정으로 전쟁 종식 이후 에너지 질서 재편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 UAE, OPEC 탈퇴·쿼터 독립 선언…공급 12% 통제 밖 이동
UAE는 5월 3일 예정된 8개 주요 OPEC+ 회원국 화상회의 일정을 앞두고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UAE 정부는 성명에서 "탈퇴 이후에도 수요와 시장 여건에 맞게 점진적·신중한 방식으로 추가 생산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며 "시장 안정에 계속 관여하고 생산국·소비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탈퇴 직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세계는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하며 UAE는 어떤 그룹에도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마즈루에이 장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는 "이번 결정은 UAE의 장기 전략·경제 비전에 근거한 주권적 국가 결정"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시장 공급 부족이 오히려 탈퇴의 적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 방송에는 "탈퇴 시점이 OPEC·OPEC+ 회원국들에 가격 및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에 옳다"면서 "이번 결정은 그룹 내 형제·친구들과 무관하며 사우디의 OPEC 지도력에 최고의 존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의 마찰설을 부인한 것이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현재 생산 능력을 하루 485만 배럴로 제시하고 있으며, 알마즈루에이 장관은 2027년까지 500만 배럴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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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탈퇴가 "이란 전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사우디와의 10년 갈등에서 시작돼 미국 셰일 혁명(텍사스)을 거치며 심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자국 재정 균형을 위해 배럴당 100달러(14만7340원) 수준의 고유가를 유지하려 감산 중심의 쿼터 정책을 주도해온 반면, UAE는 막대한 매장량을 조기에 현금화해 미래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증산 능력 확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이 갈등이 공개적으로 폭발한 것은 2021년 7월 OPEC+ 회의로, 당시 UAE의 증산 요구에 사우디가 반발하면서 회의가 수일간 중단됐고, UAE가 결국 압박에 굴복하는 '굴욕'을 겪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FT는 UAE가 OPEC+에서도 함께 탈퇴한 것이 이란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한 것에 대한 UAE 정부의 불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미국 셰일 혁명으로 미국의 하루 산유량이 1300만 배럴을 웃도는 수준으로 급증해 OPEC의 시장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축소됐으며 이런 변화 속에서 UAE는 저유가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우선시하는 노선으로 기울었다고 전했다.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가 예멘 정부군(PLC)을, UAE가 남부 분리주의 세력(STC)을 지원하며 양국 갈등이 증폭됐고, 연초 군사 충돌 직전까지 긴장이 고조됐다는 점도 탈퇴의 배경이라고 NYT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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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탈퇴의 직접적 촉매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걸프 아랍국가 가운데 UAE에 가장 많은 2800기 이상의 드론·미사일을 퍼부었다. FT 집계로는 이 가운데 미사일 563발·드론 2256기가 UAE를 겨냥했다. 100여발의 미사일과 드론 916기의 공격을 받은 사우디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블룸버그는 UAE가 유엔에 호르무즈 재개를 위한 무력 사용 승인을 추진했으나 주변국의 지지가 약했다는 데 UAE 정부의 불만이 쌓였다고 전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고문은 탈퇴 전날 "정치적·군사적으로 GCC(걸프협력회의)의 이번 대응은 역대 가장 약했다"고 비판했다.
걸프 6개국 정상은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이란 전쟁 발발 후 첫 대면 GCC 정상회의를 열었으나 UAE는 국가수반 대신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을 파견했다고 AP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UAE의 탈퇴는 2018년 유엔 총회에서 OPEC이 '유가를 올려 전 세계를 착취한다'고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승리"라고 해석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대니얼 스터노프 선임연구원은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UAE가 이번 전쟁에서 이웃 국가들보다 미국·이스라엘·프랑스를 더 믿을 수 있는 동맹으로 확인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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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 국제 유가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다. 호르무즈 봉쇄로 UAE의 해상 수출이 평상시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국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1달러(16만3536원)로 전쟁 전보다 50% 이상 급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UAE의 전쟁 전 하루 산유량은 약 360만 배럴로 OPEC 공식 쿼터인 340만 배럴을 이미 초과했으며, 이란 전쟁으로 3월 들어 생산이 약 40% 감소했다. UAE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푸자이라항을 통한 독자 수출 확대를 추진 중이나, 영국 BBC 방송은 증산분을 처리하려면 추가 파이프라인 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장기 전망은 OPEC에 더욱 위협적이다. 블룸버그는 UAE의 결정이 증산 의욕을 가진 다른 산유국들의 탈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베네수엘라와 카자흐스탄이 다음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WSJ는 걸프 OPEC 대표단들이 사우디 주도에 불만을 품은 회원국들의 추가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2019년)·에콰도르(2020년)·앙골라(2023년) 등 소규모 산유국들의 탈퇴와 달리 이번 UAE 탈퇴는 OPEC 생산 능력의 약 13%에 해당하는 핵심 회원국 이탈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라고 NYT·블룸버그는 평가했다.
하비에르 블라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글로벌 석유 시장은 지금 극심한 공급 부족이지만, 수 주 혹은 수개월 안에 호르무즈 재개와 동시에 새 가격전쟁이 전개될 수 있다"며 "이번에는 2020년 사우디-러시아 간 가격전쟁과 달리 사우디와 UAE가 맞붙는 인접 산유국 간 전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OPEC 사무국 출신으로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수석은 "UAE 탈퇴는 OPEC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하루 480만 배럴의 생산 능력과 증산 야망을 가진 회원국을 잃은 것은 그룹에서 핵심 수단을 빼앗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는 이제 유가 안정을 위한 무거운 짐을 더 홀로 지게 됐으며, 시장은 남은 완충 장치 중 하나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