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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진행 중인 맥스 시덴토프의 'Seriously NOT Serious(진지하지만 진지하지 않게)'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 조각을 중심으로 관람객이 직접 초상화를 그리는 참여형 구성이 특징으로, 체험 과정 자체가 이미지로 확산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역시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표작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인증샷' 포인트로 소비되며 SNS 확산을 이끌고 있다. 같은 공간의 '소멸의 시학'은 흙을 밟으며 이동하는 감각적 연출로 주목받지만, 특정 장면을 중심으로 촬영과 공유가 이어지며 전시 경험이 '장면 중심'으로 소비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서울 송파구 뮤지엄209에서 열리고 있는 '빈센트 발: 쉐도우그램(SHADOWGRAM)' 전 역시 직관적 이미지와 참여 요소로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관람객이 만든 결과물을 기록·공유하는 과정이 전시 경험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다.
앞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금기숙 기증전 '거울 너머(Beyond the Mirror)'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형 설치와 조명 효과가 만들어낸 장면 속에서 관람객이 사진을 남기며 전시를 경험하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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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전시를 보는 순서가 '감상-이해'가 아니라 '촬영-공유'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작품을 충분히 들여다보기보다 사진을 남기는 데 집중하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람 방식의 변화가 전시 경험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심상용 미술평론가는 "SNS를 통해 전시 경험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람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 생산 과정처럼 작동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작품을 깊이 있게 사유하기보다 즉각적으로 소비하고 공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지 중심 경험이 반복될수록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나 맥락을 충분히 마주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며 "전시는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관람자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의 말을 인용해 "문화와 예술은 각자가 자기 자신이 되는 과정"이라며 "미술관은 단순히 '잘 찍히는 공간'이 아니라, 낯선 것과 마주하고 사유를 확장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