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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권력장악 민낯…총재경선SNS여론조작, 집권 뒤 비충성파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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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4. 29. 13:45

주간문춘 "고이즈미 겨냥 네거티브영상 확산 의혹", 요미우리 "비충성파 배제 1강체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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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9일 발매된 주간문춘 골든위크 특대호는 지난 해 10월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다카이치 진영이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현 방위상을 겨냥해 네거티브 동영상을 조직적으로 확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지=최영재 도쿄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권력 장악 방식의 민낯이 자민 총재선거 과정 SNS 여론조작 의혹과 집권 후 당내 인사 비충성파 배제라는 두 축에서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1강 체제'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경쟁자 흠집내기'와 '비협조 세력 배제'라는 거친 권력 운용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4월29일 발매된 주간문춘 골든위크 특대호는 자민당 총재선거 당시 다카이치 진영이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현 방위상을 겨냥해 네거티브 동영상을 조직적으로 확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 제목은 「高市陣營が流した『進次郞は無能』動畵 獨占入手(다카이치 진영 유포 '신지로는 무능' 영상 단독 입수)로, 다카이치 진영이 '신지로는 무능하다'는 취지의 동영상을 대량 유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간문춘은 이 동영상들이 단순한 지지자들의 자발적 게시물이 아니라, 총재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고 다카이치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 공간을 만들기 위한 조직적 SNS전의 성격을 띠었다고 지적했다. 기사에는 당시 확산된 영상 가운데 상당수가 반(反)고이즈미 내용이었고, 일부는 하야시 요시마사 전 관방장관 비판, 나머지는 다카이치 찬양성 콘텐츠였다는 취지의 진영 관계자 증언도 실렸다.

◇SNS 여론전과 인사권이 맞물린 '1강 체제'
문제는 이 같은 SNS전이 단순한 선거 캠페인 기법을 넘어, 일본 보수정치의 권력투쟁 방식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사실상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진영이 경쟁 후보의 능력과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영상을 집중 확산했다면, 이는 당내 선거의 공정성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여론 형성 과정 자체를 흔드는 문제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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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맞붙은 다카이치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현 방위상/사진=연합뉴스
주간문춘 기사에서 '민주주의에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정치는 오랫동안 파벌, 인맥, 정책 노선을 중심으로 움직여왔지만, 이번 의혹은 디지털 여론전이 총재선 승패를 좌우하는 새 무기가 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이즈미 방위상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그를 조기에 약화시키려는 움직임 자체가 다카이치 체제의 권력 방정식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총재선거 과정의 SNS전 의혹이 권력 획득 단계의 문제라면, 집권 이후에는 인사권을 통한 당 장악이 또 다른 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4월 28일자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신인 의원을 세심하게 챙기는 한편, 예산과 국회운영 등에서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베테랑·간부급 인사를 교체하며 당내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비충성 배제' 방식의 인사 운용이다.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젊은 의원들에게 직접적인 관심과 배려를 보이며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반면 정권 운영의 핵심 사안에서 협조적이지 않거나 정치적 거리감을 보이는 당내 중진에 대해서는 요직에서 밀어내는 방식으로 권력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이는 다카이치 정권이 단순히 내각 지지율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민당 내부 구조 자체를 자신의 리더십에 맞게 다시 짜고 있음을 뜻한다.

이 두 흐름을 붙여보면 다카이치 '1강 체제'의 성격은 보다 선명해진다. 총재선거에서는 SNS 공간을 활용해 경쟁자를 약화시키고, 집권 후에는 인사권을 통해 비협조 세력을 정리한다. 여론전과 인사권이 각각 선거와 통치의 장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보수 결집과 안정적 리더십으로 포장되지만, 안쪽에서는 권력 집중과 당내 다양성 약화라는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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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월 18일 총리로 재선출된 이후 출범한 새 내각의 각료들이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각료는 모두 유임됐다./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에게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으로 분석된다. 총재선거 경쟁자를 눌러 권력을 잡고, 집권 뒤에는 젊은 의원을 끌어안으며 당내 반발 세력을 관리하면 정권 기반은 빠르게 안정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내 토론과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정책보다 충성도가 인사의 기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자민당의 장기적 통치 능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치는 지금 안보, 경제안보, 에너지, 대중국 전략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시기에 집권당 내부가 다양한 의견 조율보다 정권 핵심부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흐르면, 정책 판단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체제가 강해 보일수록 오히려 내부 견제 장치가 약해지는 역설이 생기는 셈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 흐름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다카이치 정권의 권력 기반이 강해질수록 한일관계, 한미일 안보협력, 역사 문제, 대중국 전략 등에서 총리관저 중심의 결정 구조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자민당 내부의 온건파나 조정파가 약화되고, 총리 주변의 보수 강경 노선이 정책을 주도할 경우 한국 외교가 상대해야 할 일본의 의사결정 구조도 한층 단단하고 폐쇄적으로 바뀔 수 있다.

결국 이번 주간문춘과 요미우리 보도는 별개의 정치 기사가 아니다. 하나는 다카이치 총리가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의 여론전이 작동했는지를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잡은 뒤 어떤 방식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총재선의 SNS 네거티브 의혹과 집권 후 비충성파 배제 인사는 다카이치 1강 체제의 앞면과 뒷면이다. 일본 보수정권의 새 권력 문법은 이제 정책 경쟁보다 여론전과 인사권의 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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