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삼성 노조와 주주, 극명한 ‘주인의식’ 온도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29010009487

글자크기

닫기

연찬모 기자

승인 : 2026. 04. 29. 18:06

KakaoTalk_20260429_145809202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23일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연찬모 기자
프로필 사진
삼성전자 노조 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23일. 2시간여에 걸친 대규모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4시쯤 되자 '투쟁'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이 하나둘씩 평택캠퍼스 인근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4만여명의 노조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날이었던 만큼 이른 시간에도 자축하며 술 한잔 기울이는 자리가 곳곳에서 생겨났다. 취재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하던 도중 식당 한 켠에서 들려온 술기운 섞인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 "고작 4명이 기어나와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같은 날 맞불 집회를 열었던 삼성전자 주주들을 향한 노골적 조롱이었다.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간 이어진 교섭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당장 다음달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거란 노조 측 경고는 사태를 잠잠히 지켜보던 주주들의 반감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노조 입장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연달아 맞불 집회에 나선 데에는 기업가치와 주주권익 훼손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현재 노조는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을 요구 중인데,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300조원)를 고려하면 무려 45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주주배당액이었던 11조1000억원의 4배를 넘어선 규모란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같은 해 연구개발비(37조7000억원)도 웃돌면서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미래 투자 우려까지 높이고 있다.

노조가 그토록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주인의식'과 '애사심'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외부 이해관계자인 주주들보다 내부 직원들이 오히려 회사 생존에 무관심한 모습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노조가 요구하는 천문학적 성과급이 회사의 실질적 주인인 주주 자산에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우선권을 가질 순 없다. 성과급 재원인 영업이익은 직원들의 노고뿐만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회사의 미래를 믿고 자본을 대며 묵묵히 자리를 지킨 주주들의 인내와 시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노사 갈등은 단기적 이익을 좇아 뭉친 노조와, 회사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뭉친 주주들의 극명한 대비를 남긴다.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있을지언정, 회사를 향한 주인의식은 없었다. 반면 술자리 조롱의 대상이 됐던 주주들은 직접 회사의 방패를 자처했다. 위기 앞에서 진정으로 회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연찬모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