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경 충돌이 정치적 동력?…아누틴 총리 "선거 공약 이행"
캄보디아 "유엔해양법 강제조정 외엔 선택지 없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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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와 로이터통신 등에 태국 내각은 이날 캄보디아와 2001년 체결한 양해각서, 이른바 'MOU 44' 폐기를 결정했다. 이 협약은 양국이 영유권을 다투는 시암만(타이만) 중첩 해역에서 석유·가스를 공동 탐사할 틀을 마련하는 한편, 해양 경계 획정 협상도 병행하는 두 갈래 구조였다. 25년 동안 여러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태국 내 정치 불안, 양국 간 산발적 충돌, 태국 민족주의 진영의 거센 반대 속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협약 폐기는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의 선거 공약이었다. 그는 지난해 캄보디아와의 격렬한 무력 충돌로 끓어오른 민족주의 정서를 등에 업고 올해 초 총선을 치러,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태국 총리에 올랐다. 아누틴 총리는 전날 기자들에게 "이번 폐기는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과 무관한, 내가 내건 정책의 일부"라며 "25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잘랐다. 그는 캄보디아 측에 결정을 통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는 즉각 반발했다. 프락 소콘 캄보디아 외교장관은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한 뒤 "캄보디아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정한 강제조정 절차에 해양 경계 분쟁을 부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해양 분쟁을 평화적으로,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캄보디아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국은 협상 자체를 끊으려는 게 아니라 새 틀을 짜자는 신호라는 입장이다.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교장관은 로이터에 "캄보디아 측에 협상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며 "협상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고, 우리의 진정성을 캄보디아가 받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UNCLOS는 양자 직접 협상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겠다며, 양자 협상 노선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폐기 결정은 양국이 분쟁 해결 방식을 두고 쌓아 온 묵은 인식 격차의 연장선에 있다. 태국은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제 메커니즘을 통한 분쟁 해결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고 양자 협상 원칙을 고수해 왔다. 반면 캄보디아는 ICJ와 UNCLOS 같은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MOU 44 폐기는 두 접근법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국면을 다시 열어버린 셈이다.
지난해 양국의 두 차례 무력 충돌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양국은 817km에 이르는 국경을 따라 두 차례 격렬하게 맞붙었고, 이 과정에서 15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첫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면서 가까스로 멈췄고, 양측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휴전을 이어 오고 있다. 두 차례 충돌의 책임은 양측 모두 상대에게 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