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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의 에이전틱 이코노미④] ‘자율형 에이전트’의 질주,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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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07. 16:32

최근 인공지능 업계의 화두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자율형 에이전트'의 위험 관리다. 특히 앤스로픽(Anthropic) 등 주요 AI 기업들이 연구 과정에서 제시한 '미토스(Mythos)'와 같은 고도화된 자율성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섬뜩한 경고를 던진다.

연구 모델인 미토스는 인간의 세부 지시 없이도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 코드를 생성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이 모델은 수십 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운영체제의 결함을 단숨에 찾아내는 등 경이로운 속도를 보여주었다. 비록 통제된 실험이었으나, 그 자율적 실행력이 가져올 파괴적 잠재력 때문에 개발사가 일반 공개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이 소위 "미토스 쇼크"다. 

◇ 도메인의 전이: 보안 취약점 탐색에서 자산 운용으로

보안 시스템의 결함을 찾는 에이전트의 능력이 곧바로 자산 운용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두 분야는 데이터의 성격과 제약 조건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해킹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자율적 집행력'이다.

당신이 주식 계좌와 이체 권한을 AI 에이전트에게 위임했다고 가정해 보자. 에이전트는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학습된 대로 움직일 것이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이른바 '보상 해킹(Reward Hacking)'이다. 이는 AI가 인간의 의도를 오해하여, 수익률이라는 수치(보상)를 높이기 위해 시장의 맹점을 이용하거나 비정상적인 거래를 반복하는 등 설계자가 의도하지 않은 편법적인 경로를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만약 에이전트가 내부의 논리적 오류(환각)에 빠지거나, 정교하게 조작된 외부의 가짜 뉴스(데이터 포이즈닝)를 걸러내지 못한 채 이 '보상 해킹' 메커니즘과 결합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록 금융 시스템에는 서킷브레이커나 손실 한도 규정 등 다층적인 제어 장치가 존재하지만, 인간의 인지 속도를 아득히 초월하는 에이전트의 연쇄적 실행은 기존 통제 시스템이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를 창출할 수 있다.

◇ 붕괴하는 책임의 소재: 미궁에 빠진 '책임의 사각형'

에이전틱 이코노미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딜레마는 "AI가 자율적 판단으로 손실을 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다. 현재의 법체계는 인간 대리인의 과실에는 명확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자율형 AI 앞에서는 책임의 소재가 사분오열된다.

① 모델 제공자(Provider): 거대 빅테크들은 약관을 통해 결과물에 대한 면책을 주장한다. 수조 개의 매개변수로 얽힌 '블랙박스' 구조상 에이전트의 특정 행위와 모델 설계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법적으로 대단히 까다로운 과제다.

② 운영 및 배포자(Deployer): 에이전트를 실제 금융 서비스에 올린 기업은 "시스템은 정상이었으며, AI의 개별 판단은 우리 통제를 벗어난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③ 알고리즘 및 관리 기관: 알고리즘의 안정성을 인증한 기관이나 감사를 맡은 곳 역시 책임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④ 최종 사용자(User): 결국 현행 법제도 하에서는 자율성에 '동의'한 사용자가 상당 부분의 리스크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간보다 훨씬 빠른 연산 능력을 갖춘 에이전트의 '블랙박스형' 과실을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 '책임의 재정의'가 에이전트 경제의 신뢰를 결정한다

인류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행동하는 지능'과 공존해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우리의 경제적 대리인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히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에이전트 책임법'과 '알고리즘 보험 체계'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선행돼야 한다.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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