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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군 사관학교 통합, 국가안보 흔들 위험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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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07. 18:06

사관학교 통합은 군사문화 해체와
전쟁 수행 능력 붕괴로 이어져
국가 엘리트 양성에 따른
계층 이동 사다리도 사라지게 돼
3군 사관학교, 무리한 통합이 아니라
전문성 강화가 답
주은식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현 정부가 추진하는 3군 사관학교 통합은 단순한 교육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의 뿌리를 뒤흔드는 위험한 실험이자 국가전략 부재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추진 방식이다. 미국은 수년간의 연구와 검증을 거치고 의회 차원의 치열한 논쟁 속에서 RETO(장교교육체계검토), PDOS(장교전문개발연구제도)와 같은 체계적 연구를 통해 장교 양성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우리는 어떤가. 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에게 연구 책임을 맡기고, 결론이 정해진 '어용 연구'를 근거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6개월짜리 TF로 80년 안보 체계를 손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속도전에 중독된 행정 폭주'다. 이미 우리는 대통령실 국방부 이전이라는 졸속 정책이 군 조직에 어떤 혼란과 비용을 초래했는지 경험했다. 그런데도 동일한 방식의 정책 추진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장교단 양성체계라는 점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

전쟁은 무기가 아니라 사람이 수행한다. 한국전쟁 당시 미 제8군 사령관이었던 제임스 밴 플리트가 전시에도 사관학교 설립을 강조한 이유는 분명하다. 장교단의 질이 곧 국가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책은 '효율'이라는 허울 아래 장교 양성의 근간을 해체하고 있다. 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실험이며, 그 실험 대상은 대한민국 안보다.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다. 한반도는 법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명백한 준전시 상태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실전 경험까지 축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군은 전훈분석단 파견도 거부했다. 특히 북한의 젊은 장교들이 실전을 통해 경험하면서 단기간에 축적할 수 없는 '전략 자산'을 쌓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각 군의 정체성과 전통을 해체하고 있다.

군대는 단순한 조직이 아니다. 그것은 명예, 전통, 소속감, 희생정신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다. 육군·해군·공군은 서로 다른 전장 환경과 작전 개념을 기반으로 존재하며, 그에 맞는 장교 양성 체계가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하나로 묶겠다는 발상은 '전문화의 포기'다.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전문성은 희석되고, 정체성은 붕괴되며, 장교단의 전투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된다.

더 큰 문제는 인재 영입이다. 북한은 국가 엘리트를 군으로 집중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우수 인재를 군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만약 북한의 실전 경험을 가진 장교들이 향후 20~30년간 군을 이끌게 된다면, 남북 간 군사적 질적 격차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다. 지금의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그 격차를 스스로 확대하는 '자해적 정책'이다. 1980년대 초 미 국방성 정보본부는 '남북한군사문화실태분석'을 통해 그 문제의 심각성과 우려를 표출한 바 있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군 교육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게 작동해 온 '계층 이동 사다리'였다. 경제적 배경과 관계없이 오직 능력과 노력으로 국가 엘리트가 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국방부는 이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통합과 지방 이전이 현실화되면, 접근성·정보·교육 기회의 격차는 급격히 확대된다. 결과적으로 사관학교는 더 이상 열린 제도가 아니라 특정 계층에 유리한 폐쇄적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 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쫓아 보내는 이런 행위는 아무리 숭문(崇文)천무(賤武) 국가라 할지라도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과거 국방대학교와 합동참모대학의 논산 이전 사례가 이미 경고와 교훈을 주었다.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됐지만, 결과는 외교·학계와의 교류 단절과 교육 수준 저하였다. 지식은 고립된 공간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또한 육해공군대학을 2011년 통합교육을 추진했다가 문제점이 속출해 2020년 각군 대학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사관학교와 국방대학을 수도권에 두는 이유는 자명하다. 군사교육은 국가전략·외교·산업과 연결된 '지식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려 한다.

더 나아가 일부 정치적 사건을 이유로 특정 출신 집단을 문제시하며 제도를 해체하려는 시도는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 만약 이 논리가 정당하다면, 특정 사건에 연루된 인재를 배출했다는 이유로 서울대학교나 특정 엘리트 교육기관도 해체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통합과 사관학교를 지방 이전이 아니라 오히려 각 군의 전문성 강화와 그 바탕 위에 합동성을 높이는 '연결 전략'이다. 군사력은 획일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차별화된 전문성과 이를 통합하는 지휘 능력에서 나온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80년간 축적된 국가전략 자산이다. 이를 단기간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재편하는 것은 무책임한 '안보 도박'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졸속 무리한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군 구조 개편과 연계된 종합적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 왜 이토록 서두르는가. 속도는 전략을 대체할 수 없다. 안보는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고 그 대가는 언제나 국가와 국민이 치르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군을 존중하는 국가적 각성과 전략적 절제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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