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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혁신, 신뢰받는 AI 검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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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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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AI 석학교수
우리가 마주한 인공지능(AI) 기술은 이제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목격한 AI는 화면 속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텍스트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분석형 AI'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공장과 도시, 병원과 도로라는 물리적 세계로 직접 뛰어들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AI'와 '피지컬(Physical) AI'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과거의 AI가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법을 제안했다면, 오늘날의 AI는 직접 변전소의 스위치를 내리고 올리는 '행동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전기가 되어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밝히는 이 찬란한 빛 뒤에는, 우리가 아직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치명적인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완벽하게 자동화된 스마트 시티에서 눈을 떴다고 가정해 보자. 자율주행 차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로 당신을 안내하고, 공장의 AI는 설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95%라는 놀라운 효율성으로 제품을 생산해 낸다.

우리는 이 편리함에 취해 AI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평온한 일상은 찰나의 순간 무너질 수 있다. 우리가 맹신했던 AI에는 치명적인 5%의 사각지대, 즉 '아이스버그 블라인드 스팟(Iceberg Blindspo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에서 5%의 오류는 단순한 오답이 아니라 '재앙'을 의미한다. 거대한 화학 공장에서 AI가 수만 개의 센서를 분석하며 사고를 예방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갑작스러운 낙뢰와 함께 데이터에 미세한 노이즈가 섞였을 때, AI가 이를 '정상 범위'로 착각해 설비를 멈추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대규모 화재와 공장 전체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진다. 이는 AI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판단을 내린 결과다. 더 무서운 것은 AI가 내놓는 '그럴듯한 오답(Plausible Error)'이다.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는 것보다, AI가 틀린 답을 완벽한 논리로 제시하며 인간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상황이 훨씬 더 위험하다. 95%의 정확도에 안도하는 사이, 나머지 5%의 불확실성은 시한폭탄처럼 우리 곁에 잠복해 있다.

이제 우리는 AI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를 묻는 질문은 멈추어야 한다. 이제는 "AI가 오작동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AI를 만드는 기술력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통제하고 책임질 수 있는 '신뢰의 설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신뢰는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산업 생존을 위한 절대적인 기반이다. 통제 불가능한 힘은 진보가 아니라 참사일 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T.R.U.S.T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먼저 모든 데이터의 흐름과 결정 근거가 추적 가능해야 하며(Traceability), 설계 단계부터 오류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안전 설계(Risk-by-Design)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이 개입하여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구조다. AI가 위험을 감지하면 그 이유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Explainable AI), 인간 관리자가 최종 승인이나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중 검증' 모델이 작동해야만 물리적 세계에서 AI를 배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전략 또한 변화가 시급하다. 단순히 해외 플랫폼 기술을 수입해 쓰는 것에 만족해서는 'AI 주권'을 지킬 수 없다. 우리는 제조, 반도체, 스마트 시티라는 세계 최고의 물리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강점을 활용해 '신뢰받는 AI'의 국제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단순히 성능이 좋은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를 넘어, 기술이 실패해도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신뢰의 기준'을 수출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자율적인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가장 통제 가능한(Governable)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AI는 영리하기만 한 AI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한(Humble) AI',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책임 있는(Accountable) AI'다.

맹목적인 기술 찬양에 기대어 위험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신뢰라는 설계를 통해 인간과 기술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 것인가. 정답은 이미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AI 혁신의 마침표는 결국 인간의 통제력과 신뢰라는 뼈대 위에서 찍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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