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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명희는 7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깊은 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대표 작업인 '칠판 회화'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2003년과 2012년에 이어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1970년대 초기 작업부터 뉴욕 시절 드로잉, 1990년대 이후의 칠판 회화와 영상 작업, 최근 자화상 신작까지 40여 점을 통해 작가의 반세기 작업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의 출발점은 1990년대 초 강원 춘천 내평리의 한 폐교였다.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에 남겨진 학교를 발견한 그는 "한국에도 폐교된 학교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아다녔다"며 "10년 동안 비어 있던 학교였는데, 그곳에서 작은 소녀를 그려보며 '아,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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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작업의 핵심은 '칠판'이다. 검은 표면 위에 오일파스텔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빛과 시간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그는 "배경이 어두우니까 바로크 시대 작가들처럼 눈부신 빛을 표현할 수 있었다"며 "오일파스텔이 칠판 위에서 색이 굉장히 잘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차경, 봄·여름·가을·겨울' 연작은 내평리의 연못 풍경을 뉴욕 작업실에서 재구성한 작업이다. 실제 풍경의 재현이라기보다 기억 속 장소를 다시 호출하는 방식에 가깝다. 작가는 "춘하추동 작업은 미국에서 그렸지만 머릿속에는 늘 내평리 풍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에는 이동과 디아스포라의 감각도 짙게 배어 있다. 스스로를 노마드보다 "앰뷸런트(ambulant), 즉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에 가깝다고 표현한 그는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형성된 경험을 회화 속에 축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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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영상이 결합된 신작들도 눈길을 끈다. '김치 담그는 날 2025'는 자화상과 영상 설치가 결합된 작업이다. 비 오는 날 공항으로 향하는 차창 밖 풍경 영상과 김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중첩시키고, 조선 순조의 딸 복온공주가 쓴 오륜행실도 텍스트를 화면 위에 배치했다. 그는 "정지된 화면과 움직이는 화면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생의 동반자였던 화가 고(故) 김차섭을 떠나보낸 이후 제작한 자화상 신작들도 처음 공개된다. 집안일을 하는 일상의 장면 속에 역사, 철학, 과학, 기억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구조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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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갤러리현대] 김명희 《깊은 시간》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6_스케일 컷](https://img.asiatoday.co.kr/file/2026y/05m/07d/2026050701000282500015761.jpg)
![12. [갤러리현대] 김명희 《깊은 시간》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6_B1층](https://img.asiatoday.co.kr/file/2026y/05m/07d/202605070100028250001576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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