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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묻지마’로 남은 이상동기 범죄…예방 대책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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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5. 07. 17:36

이상동기 범죄 매년 40건 안팎 반복
경찰은 통상적 대응만…실실적 예방책 부재
"동기 없는 범죄는 없어…구체화 필요"
'못다 핀 꽃' 흉기 참변 여고생 발인<YONHAP NO-2462>
7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 한 장례식장에서 20대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진 여고생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예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일면식조차 없는 범죄자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매년 수십건씩 반복되고 있다. 수사당국에서 전담팀까지 꾸렸음에도 범죄 유형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없이 '파악 불가' 범죄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 개념 정립을 통한 실질적인 예방책 없이 순찰 강화 등 단순 대응에만 치중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5일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20대 남성 장모씨를 긴급체포했다. 장씨는 같은 날 새벽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고등학교 2학년 A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또 다른 고등학교 2학년 B군에게도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장씨와 이들 학생들은 별다른 면식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살을 고민하며 배회하던 중 충동적으로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이상동기 범죄로 보고 장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검사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상동기 범죄는 피의자와 피해자 간 관련성이 없고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며 수법이 잔혹한 범죄 유형이다. 2016년 강남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처음 보는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본격적으로 대책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경찰은 해당 범죄 유형을 2023년부터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통계를 뽑는 등 별도 관리하고 있다. 그간 '묻지마 범죄'라고 불렸던 유형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범죄가 아닌 예방 가능한 유형으로 보고 실질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관련 범죄 건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매년 40건 안팎을 유지 중이다. 경찰이 2024년부터 현장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기동순찰대를 출범시키고 이상동기 범죄 전담 조직까지 신설했지만 실질적인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이다.

새벽 시간대 기습적으로 발생하는 사건 특성상 실효성 있는 예방책을 세우려면, 범죄 사건별로 심층 분석을 통한 규칙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공식적인 분석 보고서도 내지 않고 있다. 상당히 복합적인 동기가 작용하는 범죄임에도, 여전히 피해자 무관련성, 동기 이상성, 행위 비전형성 등 포괄적인 기준으로 단순 집계만 하는 데 그친다. 특히 '이상동기'라는 단어 자체가 동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복합적인 범죄 동기를 구체화한 후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일본과 독일의 경우 각각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에 의한 거리의 악마 살인사건'과 '맹목적 분노 공격' 등으로 정리하고 이에 특화된 복지 정책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역임한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치 무동기 범죄처럼 묘사가 되지만 동기가 없는 범죄는 없다"며 "여러 기관과 민간이 협력해 범죄 유형을 학술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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