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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부동산 ‘배 아픈 문제’보다 ‘배고픈 문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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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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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논설위원
정부가 신경 써야 할 부동산시장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민들의 배고픈 문제, 다른 하나는 배 아픈 문제다. 전자는 신도시 건설이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을 통해 양질의 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려 주거의 질을 높여야 하는 과제다. 무주택자의 숨통을 죄는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도 당연히 배고픈 문제에 속한다. 후자는 집값 상승의 서울 강남 편중을 막기 위해 집 부자들을 겨냥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거나 추진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고가주택 대출 옥죄기, 비거주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대체로 보수정권은 전자 쪽에, 진보정권은 후자 쪽에 좀 더 신경을 써 왔다. 정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인 수치를 놓고 볼 때 보수정권보다 진보정권 시절에 서울 등 고가주택 가격이 더 많이 올랐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서민을 위한다는 진보정권 시절에 거꾸로 집값이나 전월세 가격이 더 뛰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유권자들이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보정권에선 배 아픈 문제에 너무 집착하다가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소홀히 한 배고픈 문제까지 더 악화시키는 '이중 참패'에 시달린 적이 많았다.

최근 기록적인 서울 지역 전월세 가격 급등세를 지켜보면 이런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8% 급등해 2015년 11월 둘째주(0.31%)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KB부동산 기준으로 4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8.1(100을 넘으면 수요 초과)로 2020년12월(187.4) 이래 가장 높았다. 이러다간 문재인 정부 시절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2법 도입으로 빚어졌던 전월세 대란이 재연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서울 지역 전월세난이 심화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4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아파트 전월세 매물마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시장에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사실상 봉쇄된 데다, 개인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다주택자 세제 혜택이 대거 폐지됐거나 축소될 예정인 것이 전월세 매물 급감을 불러왔다. 여기에다 6·3 지방선거 이후 서울에만 83만 가구로 추산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장특공제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전월세 기근에 기름을 부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지방 원정 투자자 등이 서울에서 대거 실거주로 전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나타난 '의도치 않는 부작용'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건수는 연초 대비 30%나 급감했다.

어차피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자가 대신 전월세 주택에 살고 현실을 감안하면 다주택자 규제강화가 전월세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자가보유율이 전국 평균 61.4%에 달하지만, 서울지역은 가장 낮은 47.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임대주택 재고 856만 가구 가운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22.4%를,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 민간이 77.6%를 공급했다. 뉴욕과 런던도 자가보유율이 30% 안팎에 불과해 다주택자가 임대공급을 하는 것이 자유스러운 구조다. 일각에선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보수정권처럼 다주택자나 개인 임대사업자를 다시 양성화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이미 정부가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를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 봉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퇴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LH 등 공공을 통한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실효성이 의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전직 최고경영자(CEO)는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알짜 국·공유지 등에 6만 가구를 신규 공급하면서 LH를 사업시행자로 내세우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하지만 웬만한 주택업체들은 브랜드 가치 하향을 염려해 시공사로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민간의 누군가가 대신 임대 공급을 해야한다면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다. 기업이라고 해서 재벌 계열사 같은 곳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미 전 정권에서 부동산 개발과 임대를 통해 전월세 주택을 손쉽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 리츠' 제도를 도입했다. 또 '신(新)유형 장기임대 주택' 등 리츠가 최대 10년이상 장기임대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거시설을 도입하자는 법안도 여야 의원들이 1~2년 전 비슷하게 발의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동력을 잃고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배 아픈 문제는 기분이 나쁜 정도지만 배고픈 문제는 무주택자들의 생존이 걸려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둘러봐도 결국 배고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거에도 이길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월세난으로 대표되는 배고픈 문제를 더 돌보기 바란다.

설진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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