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설] 北 축구팀 응원에 꽃길·공무원 동원이라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19010005447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5. 20. 00:00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19일 수원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한 경기를 앞두고 대회를 주관하는 경기도 수원시가 산하 구청 공무원과 통장들을 동원하고 선수단 이동 동선에 맞춰 수천만 원을 들여 꽃길을 조성하는 등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행정을 펴 빈축을 사고 있다. 순수한 스포츠 교류여야 할 이벤트가 과도한 의전과 보여주기식 환대로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

수원시는 20일 오후 7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WK리그 수원FC위민과 북한 평양 내고향축구단의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AFC AWCL) 파이널 라운드에 4개 구청 공무원과 통장들을 동원하기로 했다. 경기 티켓을 예매하거나 자체 회비로 구해 경기를 보러 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는 불만 여론을 의식했는지 구청별로 팀장급 이상은 사실상 동원하고, 7급 이하 직원은 참여 독려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시는 이재준 당시 시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북한 축구단 입국을 앞두고 각 구청에 가로화단, 가로수, 중앙분리대 등을 정비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정비 완료 후 이를 확인하고 꽃 화분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 오면서 시민 응원 분위기 조성에 행정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인 바 있다. 과거 큰 국제행사에서도 이런 보여주기식 행정은 논란을 부르곤 했다.

남북 간 체육 교류는 긴장 완화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시험 발사하는 것은 물론 대남 위협 발언도 멈추지 않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최근에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평화통일에 대한 우리의 염원을 부정하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통일부가 최근 낸 통일백서에서 남북을 사실상 '두 국가'로 표현한 것도 국민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으며, 역대 정부 역시 기본적으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규정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과잉 의전에 나서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민생 경제가 어렵고 지방 재정이 빠듯하다는 하소연을 하는 지자체는 과연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공무원을 동원하고 꽃길을 만드는 건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국민 정서에 대한 인식이 이런 수준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국민은 이미 수십 년간 반복된 남북 이벤트 정치의 한계를 경험해 왔다. 일시적인 화해 분위기나 보여주기식 교류가 근본적인 안보 위협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과 현실에 기반한 대북 정책이며, 스포츠 교류도 그에 맞춰 진행해야 옳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