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렉' '자체기획' 붙여 꼼수 인상
"상표법 위반…유통 구조 저해"
네이버·쿠팡 등 약관 개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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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K-브랜드'로 3~4배 비싸게 팔리는데…본질은 '중국산'?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오픈마켓 형태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택갈이'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갈이는 동일한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브랜드 로고 라벨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자체 제작한 상품인 것처럼 속이는 편법 행위를 일컫는다. 이러한 택갈이는 국내 보세 패션 플랫폼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고질적 병폐로 손꼽힌다.
실제로 본지가 에이블리 내 오픈마켓형 입점 판매 상품들을 확인한 결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테무(Temu)와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판매 중인 상품과 디자인·제품 사진·구성 등이 유사한 제품들이 서로 다른 판매업체명 혹은 자체 브랜드명으로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블리는 별도의 사전 승인 없이 셀러가 자유롭게 입점할 수 있는 구조다.
테무에서 1만1603원에 판매 중인 여성용 오프숄더 블라우스는 에이블리에서 1만94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약 67% 높은 가격이다. 테무에서 1만1871원에 판매 중인 코듀로이 크롭 자켓은 에이블리에서 약 195% 비싼 3만496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즌이 바뀌면서 일부 품목은 할인 판매에 들어갔지만 세일가 기준으로도 중국 플랫폼보다 비쌌다. 테무에서 8360원에 판매 중인 크롭 맨투맨의 경우 에이블리 정가(1만9400원) 대비 132% 높았고, 이날 기준 세일가(1만5500원)와 비교해도 85% 차이가 났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블리가 지난해에 실적이 둔화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입점 셀러를 늘리다 보니 택갈이, 가품 등에 대한 철저한 검수나 관리를 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여전히 가품 형태의 택갈이가 난무하고 있기에 플랫폼의 자율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보 비대칭'으로 불법행위 인지하기 어려워…C-커머스 확대로 투명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물류비와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직구 플랫폼에서 1만 원대에 구입 가능한 제품이 국내 쇼핑몰에서 자체 제작 혹은 엄선된 셀렉션이라는 이름 아래 서너 배 비싼 3만~4만 원대에 판매되는 현실은 정상적인 유통 마진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후반 동대문 패션상가 보세업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택갈이 관행이 2010년대 온라인 쇼핑 확산 이후 온라인 플랫폼으로 무대만 옮긴 채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에이블리 같은 오픈마켓형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소규모 보세 쇼핑몰에서 이러한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구조적 한계에 기인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세한 보세 쇼핑몰들은 자체 제작 역량이 없기 때문에 디자인 및 생산 설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동대문 도매시장이나 중국의 1688, 타오바오 등에서 물건을 소싱하면서 '브랜딩'이라는 명목하에 기존 라벨을 떼어내고 본인들의 로고를 붙이는 택갈이를 행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도매가나 해외 직구 가격을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정보의 비대칭성'이 컸지만 최근에는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 이용이 늘면서 가격 비교가 쉬워졌고, 택갈이 같은 소비자 기만 행위 적발 사례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러한 '택갈이' 행태가 결국 패션 산업 전체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소비자들이 "국내 쇼핑몰 제품은 중국산 저가품에 라벨만 바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순간, 정직하게 자체 디자인을 선보이는 소규모 브랜드들까지 함께 외면받으며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 플랫폼을 비롯해 이커머스 유통 채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지위에 있는 에이블리 같은 플랫폼 업체들은 입점사의 상품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점을 사전 고지만 하면 별도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공정위가 오픈마켓 형태 플랫폼의 중개 책임 면제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며 네이버·쿠팡·지마켓 등이 약관 개정에 나선 것도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려는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주완종 특허법인 태백 변리사는 "원산지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면 대외무역법상 원산지 표시 위반에 해당하고, 표시광고법 위반도 적용될 수 있다"며 "원제조사의 상표를 임의로 제거·교체하는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 부정사용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출처·품질 오인 야기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이블리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가 고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 연대책임이 가능하고, 반복 신고에도 방치했다면 고의에 의한 방치로 추정돼 공동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에이블리 약관에도 유사한 포괄 면책 조항이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 대상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원산지나 상품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할 경우 표시광고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과거에는 플랫폼이 단순 중개업자라는 이유로 책임 범위가 제한적으로 해석됐지만 최근에는 플랫폼 역시 소비자 피해 예방과 관리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기본법 역시 플랫폼 사업자의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윤을 남기는 것과 별개로 상품 정보 표시는 정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에이블리 측은 산지·브랜드 표기 관련 이슈를 줄이기 위해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위반 사실 확인 시 판매 제한·퇴점 등 단계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관련 신고 건수와 판매 제한·퇴점 규모 등에 대해서는 "내부 운영·관리 지표에 해당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모든 상품의 소싱 경로를 사전에 전수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상품 정보 오기입이나 허위 표기 등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과 신고 시스템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며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판매 제한, 서비스 이용 중지, 퇴점 등 단계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