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29CM, 22일 '이구키즈 서울숲' 열어
공간·경험 소비 앞세워 골드키즈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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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방문한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29CM의 키즈 편집숍 '이구키즈 서울숲'. 평일 낮임에도 매장 안은 유아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모들과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조부모들로 붐볐다. 아이들은 어른 허리춤 높이의 낮은 진열대 사이를 놀이터처럼 뛰어다녔고, 한쪽 벽면에 마련된 자석 놀이 공간에서는 아기들이 누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성인 패션 소비가 얼어붙은 분위기와 달리 키즈 매장만큼은 활기가 뚜렷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5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여성복(-4.4%)과 남성복(-2.6%) 시장은 전년 대비 일제히 역성장 흐름을 보였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자신의 '꾸밈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반면 유아동복 시장은 같은 기간 9.1% 성장하며 2조3000억원 규모를 돌파했다. 저출산 기조로 아이가 귀해진 시대에 한 명의 자녀에게 온 가족의 소비가 집중되는 '텐포켓'과 '골드키즈' 트렌드가 불황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패션 기업들이 너도나도 키즈 카테고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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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22일 문을 연 무신사 29CM의 '이구키즈 서울숲'이다. 29CM가 가파른 키즈 카테고리 성장세에 힘입어 선보인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이다. 기존 성수 1호점이 트렌디한 아동 의류를 모아놓은 편집숍에 가까웠다면 서울숲점은 가족의 주말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겨냥했다.
입지부터가 다르다. 팝업스토어가 밀집한 성수 연무장길 대신 유아차 이동이 쉽고 가족 단위 체류 시간이 긴 서울숲 상권에 자리를 잡았다. 29CM 관계자는 "서울숲은 자녀와 함께 산책과 피크닉을 즐기는 이른바 '숲크닉' 문화가 자리 잡으며 가족 단위 체류형 소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표 라이프스타일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구성 역시 체류 시간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층에서는 디자이너 아동복과 잡화를, 지하 1층에서는 프리미엄 유아차 브랜드 '스토케' 체험존과 이유식 식기, 문구류, 아이방 인테리어용 아트 포스터 등을 함께 선보인다. 단순히 아이 옷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리빙 소비까지 한 공간에 묶어 가족 단위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이를 위한 놀이 공간과 돌봄 라운지를 별도로 마련한 점도 눈에 띄었다. 부모들이 보다 여유롭게 머물며 쇼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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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와 29CM가 키즈 카테고리 확장에 힘을 쏟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주력 고객층의 '생애주기 락인' 전략이다.
과거 2000년대 초중반 무신사를 드나들며 스트리트 패션에 열광하던 1020 세대들은 이제 3040 부모 세대가 됐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나이가 든 기존 충성 고객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시점에 맞춰 키즈·육아 영역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고객 생애주기 전반을 플랫폼 안에 묶어둔다는 구상이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29CM의 키즈 카테고리 거래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37% 성장했다. 특히 자녀가 없는 2030 세대마저 조카 선물이나 출산 선물을 사기 위해 '29선물하기'를 이용하면서 키즈 선물하기 거래액도 131% 증가했다. 키즈 시장이 단순한 육아 소비를 넘어 전 세대가 참여하는 '취향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주요 패션 브랜드들도 경험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 키즈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고객 3000명을 초청한 대규모 '패밀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2024년 첫 출시 이후 오픈런 대란을 일으킨 '프리들'의 후속작 '프리들 X' 론칭을 기념해 기획된 행사다. 가족 단위 체험을 통해 장기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출산율 반등 흐름과 맞물려 키즈·패밀리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2만290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6% 증가하며 2019년 이후 2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제 키즈 시장은 단순 영유아 패션을 넘어 가족 단위의 취향과 경험을 함께 소비하는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 경험과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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