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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아비뇽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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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5. 22. 05:00

한강부터 이자람·구자하까지…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 20% 한국 작품
한강
한강 작가. /예술경영지원센터
세계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 축제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이 올해 '초청언어(Guest Language)'로 한국어를 선정하며 한국 공연예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한국 작품 9편이 공식 프로그램(IN)에 초청됐고, 전체 공연의 약 20%가 한국어 관련 작품으로 채워진다. 아시아 언어가 초청언어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며, 단일 국가 언어 기준으로도 전례 없는 규모다.

오는 7월 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아비뇽 일대에서 열리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는 연극·현대무용·판소리·다원예술 등 동시대 한국 공연예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한국 작품이 공식 초청된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작별하지 않는다-새'다. 축제의 상징 공간인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배우 이혜영이 참여한다.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연출을 맡았으며, 한강의 작품 세계를 직접 조명하는 특별 대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이혜영
이혜영 배우. /예술경영지원센터
소리꾼 이자람은 톨스토이의 단편 '주인과 하인'을 재해석한 판소리 공연 '눈, 눈, 눈'으로 오페라 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자람은 21일 서울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예전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교황청 담벼락에 앉아 '언젠가 공식 초청을 받을 수 있을까' 이야기했었다"며 "한국 문화예술이 큰 걸음을 떼고 있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국제 입센상 수상자인 구자하는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 등 세 작품을 선보인다. 밥솥과의 대화를 통해 IMF 이후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쿠쿠', 서구 중심 연극사와 자기검열 문제를 다룬 '한국 연극의 역사', 포장마차를 배경으로 한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하리보 김치' 등은 한국 사회와 문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주4·3을 다룬 이경성 연출의 '섬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유해 발굴 과정과 생존자 가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국가 폭력과 공동체 회복의 기억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이경성 연출은 "전 세계 곳곳의 전쟁과 학살을 어떻게 우리의 삶과 연결해 감각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70년 넘는 시간 동안 공동체가 회복을 위해 견뎌온 힘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섬이야기
섬이야기. /예술경영지원센터
이 밖에도 제주 해녀의 삶을 통해 생존과 경계를 탐구하는 이진엽 연출의 '물질', 기후 위기를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낸 허성임 안무의 '1도씨', 전통연희와 현대무용을 결합한 리퀴드사운드의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 등이 관객과 만난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 티아고 호드리게스는 "한국 공연예술은 전통과 혁신,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를 보여준다"며 "한국어에는 깊은 역사성과 동시대 창작의 역동성이 공존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정통 연극이나 창극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이에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은 "규모보다 동시대 한국 공연예술의 미학적 흐름과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김장호_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예술경영지원센터
이번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공연뿐 아니라 한국 영화·문학·시각예술·음식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등 한국 영화가 상영되며, 시각예술가 정금형의 개인전과 한국문학 도서전, 포장마차 형식의 한식 부스도 마련된다.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파트너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장호 대표는 "이번 아비뇽 페스티벌 한국 특집은 한국 공연예술이 세계 무대에서 동시대적 감각과 예술적 다양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공연예술뿐 아니라 문학·영화·시각예술 등 다양한 한국 예술이 해외 관객과 더욱 폭넓게 만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국제 플랫폼과 협력을 확대해 한국 예술가들의 글로벌 활동 기반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카르므 회랑
아비뇽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극장 중 하나인 카르므 회랑. /예술경영지원센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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