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뒤 가려진 '중소 브랜드의 생존 투쟁'
화려한 조명 뒤, 갈 길 잃은 'K-뷰티'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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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려한 부스들 사이,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프리미엄 브릿지 존'을 지나 상담 테이블이 늘어선 로비로 나오자 공기는 사뭇 달랐다. 바이어와 마주 앉은 브랜드사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설렘보다 생존을 향한 긴장감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단상에서 '지난해 수출액 114억 달러 달성, 중소기업 비중 72% 돌파'라는 화려한 수치를 앞세웠다. 수출 참여 기업 1만개 돌파를 정부의 혁신 성과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만난 중소 브랜드 대표 A씨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수출 기업 숫자가 늘어난 게 아니라, 시장이 파편화되면서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레드오션'이 된 것"이라며 "정부가 강조하는 수출 1만개는 성과가 아니라, 국내에서 답을 찾지 못한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내몰린 처절한 수치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시장 내 다수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현지 인증 규제와 마케팅 비용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각자도생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프낙 다르티(Fnac Darty), 홀트 렌프류(Holt Renfrew) 등 글로벌 거물급 바이어를 초청하며 '실질적 판로 개척'을 내세웠다. 상담 테이블마다 치열한 눈빛이 오갔지만, 현장에서 만난 한 해외 바이어는 케이뷰티의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다. "한국 제품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포장이 화려해 눈길을 끌지만, 브랜드 서사가 짧고 대형 유통망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운영 능력을 갖춘 브랜드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전시회장 한편에서 열린 콘퍼런스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규제 대응 세미나가 열렸으나, 기업들이 토로하는 고민은 복잡한 규제망을 뚫기엔 역부족인 지원 규모와 인력 문제였다. 정부가 행사를 통해 구현하려는 성장하는 케이뷰티 생태계와 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글로벌 시장의 문턱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있었다.
한 장관은 "뷰티 디바이스, 원료, 포장재 등 연관 산업까지 전반을 지원하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시회가 끝나고 코엑스의 화려한 조명이 꺼지면, 기업들은 다시 까다로운 유럽 규제와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틈바구니로 돌아가야 한다. 화려한 개막식 뒤, 현장 로비에 남은 빈 상담 테이블들이 묵직한 숙제를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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